부동산 거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보상해주는 공제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제금액 1억원은 거래 한 건에 해당하는 금액이 아닌, 1년 간 해당 공인중개사가 일으킨 문제 거래 총 건수에 해당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N분의1이 되는 것. 그마저도 중개사가 책임을 회피하면 공제금액을 받기란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인중개사협회 측도 공제금액 인상 등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공제제도는 보험제도와 성격이 다른 만큼 현실적으로 인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다.
◇공제증서가 뭐길래=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은 중개업자에게 의무적으로 보험(공제)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제증서란 공인중개사의 고의·과실로 인해 계약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 금액에 대한 보상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또는 보증보험회사에서 보증한다는 의미의 증서다. 쉽게 말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거래 상황에서 피해를 입게 될 경우 최소한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장치다.
실제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4조(손해배상책임의 보장)에 따르면 법인인 개업공인중개사는 2억원이상, 법인이 아닌 개업공인중개사 1억원 이상 한도의 공제에 가입해야 합니다. 가입 단위는 1년이다.
다만 거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1억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1억원 금액은 한 거래에 해당하는 금액이 아니다”라며 “해당 공인중개사가 발생시킨 사고 건수에서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 약관 제8조 공제의 손해배상책임 한도 및 범위를 보면 “공제기간 중 발생한 모든 중개사고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중개 의뢰인들의 수 또는 중개계약의 건수나 그 손해액에 관계없이 손해를 입은 각 중개 의뢰인들이 협회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의 총 합계액은 공제증서에 기재된 공제 한도 내에서 배상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다.
예컨대 10명의 계약자가 1명의 중개사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했을 경우, 단순 계산한다면 각 1000만원씩 보상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제대로 된 기능 수행 못해=업계 전문가들은 공제증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증금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제증서 범위는 여전히 1억원 수준에서 그쳐 실질적으로 배상되는 금액은 적기 때문이다.
피터팬의좋은방구하기 관계자는 “(1억원을 한 사람이 온전히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해당 보험금은 오늘날 양적인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보증금 2억의 경우 1억 보험은 절반에 가깝겠지만, 5억의 경우 1억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 금액마저도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피해로 인해 보험금을 받고 싶어도 과실을 공인중개사가 인정하지 않는 이상 온전히 받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결국 피해자 측에서 중개사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제제도는 단순히 심리적 안정 효과에 그칠 뿐,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제금액 인상 어려워=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에서도 공제 금액 인상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당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제제도는 보험제도와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쉽게 인상이 어렵다는 게 이들 주장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공제금액을 보험금이라고 생각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며 “보험금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소비자가 직접 가입하는 반면, 공제제도는 사업자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공제금액은 묵혀둘 수밖에 없다”며 “공제금액을 늘리기 위해선 조합원(중개사)으로부터 더 걷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인중개사들이 1년에 협회 측에 납부하는 공제금액은 19만8000원 수준이다. 만약 공제제도 금액을 2억으로 한다면, 납부금액은 40만원 수준으로 배가 되는 것.
협회 관계자는 “과거엔 공제금액 1억원이 건당으로 보상됐었다. 이유는 사고가 그만큼 드물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최근엔 불법공인중개사가 늘면서 사고 금액 규모가 엄청나다. 건당 1억으로 할 경우 공제제도 자체가 윤영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부분도 연관되어 있어 당장에 개선을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공제제도가 보험처럼 운영되면 공제금액 인상이 가능해진다. 외국의 경우 자체 공제제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 관련 보험사들의 별도 상품이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운영하는 전월세 보증보험이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당장 월세, 이자 내기도 벅찬데 보증보험을 또 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