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유통 맹주로 꼽히던 대형마트 업계가 대수술에 들어갔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급변한데 이어 1인가구가 폭발적으로 늘며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나란히 4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앞으로 이 같은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비효율 점포 정리와 온라인 사업 강화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롯데쇼핑은 비효율 점포 정리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운영 전략과 미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의 점포를 정리하는 것이 골자다.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향후 3∼5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정리되는 매장 인력은 타 점포 재배치 등의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롯데쇼핑이 이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위기감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조16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했다. 마트와 슈퍼가 각각 230억원, 4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커머스 롭스 등도 109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앞으로 '유통회사'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미래 구상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업태 경계를 넘나들며 오프라인 매장을 개편하고 업태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40년간 쌓아온 상품기획(MD)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올해 3월 말에는 유통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하고 온라인 쇼핑 공략에 나선다.
강희태 부회장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고객, 직원, 주주들의 공감을 얻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도 지난해부터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전문점 사업을 재편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1993년 창사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대표를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과 함께 전문점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돌입했다.
삐에로쑈핑은 지난해부터 남아있던 점포 7개를 순차적으로 폐점 중이다.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는 지난해 33개 매장 가운데 19개를 닫고 현재는 14개만 남았다. 이마트 매장의 30%가량도 리뉴얼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신규 출점은 뚝 끊겼다. 전문점과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올해 9월 안성 스타필드 내 트레이더스 단 1곳만 새로 문을 연다.
이런 움직임이 결국 유통업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무점포(인터넷쇼핑, 홈쇼핑, 방문판매 등) 판매액은 해마다 급격히 성장 중이고 2015년에는 대형마트를 넘어섰다. 무점포 판매액은 2015년 46조7888억원으로 대형마트(32조7775억원)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무려 130조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라면서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더욱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이 같은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며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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