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판사 줄줄이 무죄인데…‘법관 탄핵’ 가능성은

‘사법농단’ 연루 판사 줄줄이 무죄인데…‘법관 탄핵’ 가능성은

기사승인 2020-02-21 07:30:00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판사들이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 이를 두고 법관 탄핵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대법원은 다음 달 1일부터 사법농단 의혹 등으로 기소된 법관 7명의 재판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사법연구 업무를 발령받아 재판에서 배제됐던 판사들이 복귀하는 것이다.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은 사법농단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상철 광주시법원 부장판사,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법원은 임 부장판사의 1심에서 ‘위헌적인 재판개입’을 일부 인정했다. 임 부장판사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 관련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다만 임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죄목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에 따르면 사법행정권자는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관해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직권이 없음으로 ‘직권 남용’도 발생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신 부장판사 등 무죄가 선고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조직적 공모가 아닌 ‘관행’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들은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사법부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 사건기록을 통해 검찰 수사상황 등을 수집,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사들 사이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관 탄핵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19일 “사법농단 법관의 재판업무 복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탄핵되어야 마땅한 판사들이 현직을 유지하며 다른 이들을 재판한다면 그 판결을 누가 승복하겠는가”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해당 법관들의 재판 업무 복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사법농단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임 부장판사 등에 대해서 법원은 비록 형사적으로 무죄지만 그 행위가 재판에 개입한 것은 맞고 위헌적이라고 판단했다”며 “20대 국회에서 (탄핵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 탄핵소추보다 문턱이 낮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해당 안건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는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관은 파면된다.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이 이뤄진 일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지난 1995년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에 안건으로 올랐으나 부결됐다. 지난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도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폐기됐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관 탄핵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에 대비하는 의원들이 늘어나 국회가 사실상 ‘개점 휴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각종 법안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해진 상황이다. 

사법농단 관련 법관 탄핵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법관 탄핵 주장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일었다. 정의당에서는 지난해 2월 탄핵 법관 10명의 명단을 발표했으나 탄핵 소추는 추진되지 않았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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