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정부에 신도 명단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신천지의 특성상 해당 명단을 오롯이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신천지에 따르면 정부는 신천지에서 제공받은 신도 명단을 토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대구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됐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893명이다. 이중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456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확진자의 51%에 달한다.
신천지 신도들은 대다수 본인이 신천지를 믿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이 자진해서 신천지 신도라는 정보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일부 신천지 신도는 병원, 학교, 보건소, 교도소 등 일터에서 다수와 접촉했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보건소 등은 폐쇄됐다. 일부는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야 신천지임을 알려 빈축을 샀다.
신천지로부터 명단이 공개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신천지 신도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당국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준, 대구시에서 신천지 신도 및 관련자 9336명을 전수조사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은 신도는 710명에 달했다. 대구경찰청은 수사 인력 600여명을 투입, 대부분에 대한 소재 파악을 마쳤다.
신천지로부터 제공된 신도 명단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도는 25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 신천지 부속기관에 강제 진입했다. 신천지 신도 1만명의 명단과 자료 확보 차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 측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확실한 방역을 할 수 없다”며 “경기 성남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신천지 대구 집회에 참석했지만 신천지가 밝힌 20명 신도 명단에서는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천지가 지난 22일 공개한 신천지 전국 교회 및 부속기관 주소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에 따르면 ‘제보 상담 게시판’에 신천지가 공개하지 않은 부속기관에 대한 내용이 다수 제보되고 있다. CBS 노컷뉴스도 “신천지가 포교활동을 위한 센터와 문화센터, 복음방 일부는 여전히 숨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강남상담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건우 목사는 “신천지에서 제공한다는 신도 명단을 쉽게 믿기 어렵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명단을 직접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천지 등 특정 단체(이단)에 소속된 이들은 가족에게까지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신천지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본인이 고립되기에 먼저 나서서 알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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