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전쟁...투자유치 위한 택시-타다 갈등 표면화

택시전쟁...투자유치 위한 택시-타다 갈등 표면화

합법 택한 사업체들 불만...택시면허 산 업체들 투자유치 난항

기사승인 2020-02-27 01:00:00

[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타다의 1심 공판이 무죄로 판결나면서 택시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개인택시나 기존 택시회사들은 물론 새로 택시면허를 사서 들어간 새로운 사업자들은 이번 판결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타다와 같은 택시면허 없는 택시영업 유사 서비스를 허용한다면 기존 업체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카롱택시처럼 이제 막 택시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로서는 투자 유치 문제도 걸려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여객사업운수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마카롱택시 운영사인 KST모빌리티는 자료를 내고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조속 처리를 촉구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렌터카 서비스를 관광 목적에만 한정하게 되어 타다의 영업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 1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다의 이재웅 대표와 VCNC 박재욱 대표의 무죄 판결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ST모빌리티는 "개정안은 플랫폼업계와 정부, 택시종사자 및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마련한 법안이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혁신 모빌리티 사업들이 뛰어놀 운동장이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기존 택시의 면허권을 인정하고 총량을 유지하면서 플랫폼업계에 문을 열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규제를 적용받고, 누군가는 규제 없이 사업을 펼치게 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무엇이든 하기 어려워지며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투자를 받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는 KST모빌리티와 같은 택시면허를 사서 참여한 사업체들이 택시면허 없이 서비스에 뛰어드는 타다와 같은 케이스를 우회적으로 견제하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택시 면허를 사려면 대당 수천만원씩을 주고 사야 하는데, 타다의 방식이 합법이 되면 택시 플랫폼 업체로서는 그동안의 노력이 헛고생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실제 마카롱택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47조에 따라 법인 및 개인 택시가 가입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 가맹택시다. 이들은 면허를 사서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마카롱택시는 약 160개 택시면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500여대까지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맹은 서울 1200대, 지방은 1800대다. 

마카롱택시는 NHN으로부터 50억원, 현대기아차로부터 500억원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앞으로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를 더 받아야 해 타다와 같은 경쟁자의 존재가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KST모빌리티는 "기존의 협의 과정과 노력을 단순히 '기득권 지키기'로 폄하하고 '혁신의 걸림돌'로 치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타다를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이어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혁신과 반혁신의 대결이 아니며, 단순하게 볼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뚜렷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타다의 무죄 판결을 전해듣고 표정관리하고 있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9개 법인택시 회사를 사들여 900여개 택시면허를 확보하고, 국내 최대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해 뛰어든 바 있다. 카카오T블루는 서울 500대(전국 2200대) 정도다. 타다가 합법화되면 그동안 택시면허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헛돈이 되는 셈이라 입맛이 쓴 셈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타다의 인기를 보고 타다에 대응하는 11인승 대형택시 '카카오벤티'를 선보인 바 있다. 다만 기사 모집이 지지부진하며 사세를 크게 넓히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 타다 무죄 판결로 인해 카카오는 기존 벤티 승합차를 렌터카로 전환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으로 대형 렌터카 업체와 손잡고 사업을 진행하며 타다와 같은 렌터카 사업 서비스 진출을 할 수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렌터카 사업을 바탕으로 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사업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2018년 카풀업체 럭시를 인수했으나 2019년 8월 출퇴근 시간 외 카풀을 금지하는 '카풀금지법'이 통과돼 카풀 영업을 접으며 252억원의 투자금을 날렸다. 때문에 모빌리티 사업에 있어 매우 신중히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사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을 앞두고 투자 유치와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6월 글로벌 사모펀드에서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4년 후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상장을 1년 앞둔 지금도 적자폭을 상당히 줄였지만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내부적으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여러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일 뿐, 아직 결정된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타다의 영업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 온 택시 노조도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택시노조는 이에 더해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했다. 택시면허를 사지 않는 타다의 시장 진입이 합법적이지 않은데도, 법원이 이를 무죄 선고한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동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등 택시4단체는 지난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서울중앙지법은 ‘타다’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며 "검찰의 공소장에서 명시된 바와 같이 ‘타다’의 명백한 유사 택시영업에 대하여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택시4단체는 지난 2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과 함께 총궐기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총궐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택시업계는 이 총궐기에서 타다 1심 판결에 반발하고 여객운수사업법 통과를 촉구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법사위는 26일 11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3법(감염법예방법 개정안, 검역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타다금지법은 논의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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