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28일 점심께 서대문구의 한 우체국. 마스크를 사러 온 이모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체국에서 이른바 ‘800원 공적 마스크’를 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지만 헛걸음을 한 탓이다. 입구에는 ‘서울 지역 우체국에선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씨는 “분명 뉴스에서 전국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다고 했는데 왜 없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집에 아이도 있어 마스크가 꼭 필요한데 가짜 뉴스에 속은 기분”이라고 속상해했다.
지난 26일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책’ 발표 후, 전국 우체국‧농협 하나로마트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당시 정부는 27일부터 ‘공적 판매처’인 우체국·하나로마트·약국 등을 통해 약 500만장의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판매 지역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혼선이 나타났다. 물량 확보 문제 탓에 우체국은 전국 읍‧면 지역으로 판매를 제한했고, 하나로마트 역시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제외했다. 사실상 서울은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이모씨 외에도 5명의 사람들이 점심시간 이곳 우체국을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용산역 인근의 하나로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구입하러 오는 손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바빴다. 바로 옆 농협 은행에 마스크를 구입하러 갔다 돌아온 손님도 목격했다. 인근 용문동에서 거주한다는 권금석(69) 씨는 “농협이 판다고 해서 당연히 은행인 줄 알았다”면서 “서울에서도 안 파는 걸 왜 전국이라고 강조해 헷갈리게 만드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공적 마스크가 공급된다는 약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인근 지역 10곳 이상의 약국을 방문했지만 정부의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은 한곳도 없었다. 서대문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물량 공급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은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용산역 인근 약국 관계자 역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뉴스를 통해 대뜸 발표한 것을 두고, 우리에게 마스크가 없다 나무란다”면서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라고 성토했다.
근처 이마트 용산점은 이미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이 늘어서 있었다. 3시에 판매되는 마스크를 두고 80명가량의 손님이 몰렸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오픈 시간인 10시부터 손님들이 대기하기 시작했다. 줄 앞쪽 사람들은 종이박스를 방석 삼아 앉아 판매 시간을 기다렸다. 3시가 다가오면서 손님은 배 이상 늘었지만, 정작 줄을 서 구입에 성공한 사람은 일부에 불과했다. 직원과 사람들은 이 같이 답답한 현실에 혀를 찼다.
이곳에서 만난 다수의 사람들은 정부의 공적 마스크에 대해 들어봤지만 체감 효과는 없다고 꼬집었다. 마스크 구입에 실패한 주부 허모씨는 “이미 전날 우체국을 들러봤다가 헛걸음만 했다”면서 “가까운 파주 쪽 읍‧면 우체국에 들러서라도 마스크를 사 올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당장 다음 주 가족들이 사용할 마스크도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에 사람이 가장 많은데, 이곳엔 언제쯤 물량이 들어온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단 추후에도 서울지역은 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 ‘공적 마스크’ 구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수급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몰 판매를 진행하겠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와 농협 측의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서울지역 약국의 마스크 수급 상황이 곧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약국의 공적 마스크 공급 업체로 지정한 ‘지오영컨소시엄’은 “이날 오후부터 수도권 소재 약국에 배송이 시작됐다”면서 “29일 오전부터는 물량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