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백화점 업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확진자의 방문으로 잇따라 휴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물론, 예정된 봄 마케팅마저 축소‧취소하고 있는 것. 보통 신학기가 있는 3월이 되면 백화점은 할인과 문화센터 강좌를 열며 본격적으로 마케팅 시동을 걸지만, 코로나19로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4% 줄었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20.5%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7% 떨어졌고, AK플라자는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전년 동기 보다 34% 매출이 급감했다.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공포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리는 데다, 외출을 줄이면서 백화점에서 옷을 구입하는 일도 줄어든 것. 확진자의 매장방문으로 휴점 사태를 치르고 있는 것도 뼈아픈 일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 본사가 한차례씩 문을 닫았고, 이외에도 약 20곳 이상의 매장이 휴점을 진행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다. 소비심리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통계청의 지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지수는 112.6으로 전월(116.2) 대비 3.1% 떨어졌다. 구제역과 한파가 겹쳤던 2011년 2월(-7.0%) 이후 8년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지 않았던 시기였음에도 소비가 급감했던 것이다.
특히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주요 채널 가운데서도 백화점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생용품, 생필품, 식료품 지출이 늘면서 의류나 잡화 등 사치품 소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주요 유통기업의 온라인 쇼핑 주문이 급증하고 있지만 백화점의 경우 온라인 매출 비중 역시 낮다.
아울러 백화점들은 3월 봄맞이 대목마저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에 집객 마케팅을 벌일 수도 없어 난감해진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역과 소독 말고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다가오는 백화점 정기세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백화점 업계는 예정됐던 여러 행사를 취소하거나 무기한 뒤로 연기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예정돼 있던 가을 겨울 상품 클리어런스 세일을 무기한 미뤘다. 한화갤러리아도 ‘갤러리아 광교’ 오픈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개점 날짜를 지난달 28일에서 3월 2일로 미뤘다. 고객이 많이 오는 요일인 금요일을 피해 월요일에 열기 위한 것이다. 롯데백화점도 유명 스포츠용품 브랜드 팝업스토어 오픈을 뒤로 미룬 상태다.
이대로라면 예정된 봄 정기세일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주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아직까지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업계의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세일이 진행된다 해도 정상적인 판촉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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