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양손은 무겁게, 걸음은 총총총”…코로나19, 장보기도 ‘속전속결’

[르포] “양손은 무겁게, 걸음은 총총총”…코로나19, 장보기도 ‘속전속결’

[르포] 재택근무, 휴교에 가족들 ‘집콕’ 생활…“나온 김에 양껏…사재기 아니에요”

기사승인 2020-03-13 05:00: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필요한 것만 담고 가려고요, 예전에는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한 40대 부부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달라진 것이 있느냐’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국가 전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고 있는 만큼 마트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필요한 것을 미리 적어두고 왔다”며 기자에게 우유와 계란 등이 적힌 핸드폰 메모를 보여줬다. 이외에도 대파와 양파 등 식재료부터 휴지와 세제까지 한살림이 빼곡했다. 아내는 운영 중인 옷 가게를 휴업했고, 남편은 회사 지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실내 생활이 늘고 ‘집밥’ 식사가 많아졌다는 것. 최근에는 외식도 꺼려진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배송은 2~3일이 걸려 직접 장을 보러 왔다고 한다. 부부는 메모를 따라 축산코너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장을 보는 풍경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퇴근 후 이것저것 물건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장 보기를 즐겼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생필품만 양껏 고른 후 자리를 뜨는 ‘속전속결’ 장 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지만, 품절과 배송 지연, 할인 상품 구매 등의 이유로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인근 중림동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출근 시간 이후 물건 받기가 곤란해 원래부터 마트에서 장을 봤다”면서 “코로나 이후엔 대신 한번 나올 때 가급적 많이 구입해, 방문 횟수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계산대로 향하는 그의 장바구니에는 맥주와 소시지 등의 먹거리가 가득했다. 

이날 마트를 찾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종종걸음으로 장 보기에 집중했다. 앞선 부부와 같이 적어온 메모를 확인하는 모습도 얼핏얼핏 눈에 띄었다. 이 같은 ‘속전속결’ 장 보기에 시식 코너와 떨이 매대, 푸드코트 등은 울상을 지었다. 한 시식 코너에서 만난 매장 직원은 “사람들이 살 것만 사고 금방금방 자리를 뜬다”고 말했다.

장 보기 속도는 빨라졌지만 사람들의 카트와 양손의 장바구니에는 즉석밥과 우유, 라면, 계란 등이 가득했다. 재택근무와 휴교 등으로 가족들의 집안 체류가 늘면서 자연스레 소비량이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재기 현상과는 차이가 있었다. 

사람들 역시 사재기란 말에 손사래를 쳤다. 즉석밥 코너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우리나라와 같이 주변에 구매처가 많은 곳에서 사재기가 무슨 말이냐”면서 “마트에 오는 일을 좀 줄이려다 보니 평소 보다 조금 더 사는 정도”라고 말했다. 라면을 카트에 담고 있던 한 주부 역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사재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면과 즉석밥 등을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매대가 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필품 등의 판매가 늘었지만 사재기와는 다르다”면서 “재고 역시 넉넉할뿐더러, 공급에 차질이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로 집안 생활이 길어졌음을 고려하면, 라면 등의 구입 증가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사람들은 물건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보다 휴교와 휴업 등의 피해를 더 걱정했다. 한 40대 여성은 “유치원 휴원으로 두 아이의 간식과 식사를 직접 챙기고 있는데, 휴원 기간이 더 길어질까 걱정”이라며 “봄날에 장도 마음 놓고 편히 볼 수 없으니 답답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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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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