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위생용품 매대에선 마스크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한 고객이 “혹시 내일 아침 마스크가 들어오느냐”고 묻자, 직원은 “물량이 와도 소량만 온다”며 “안 올수도 있고, 우리도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해당 마트에서는 ‘마스크 재고 소진으로 판매가 종료됐다’라는 문구만 붙어 있었을 뿐, 입고 예정 시간이나 물량은 공지돼 있지 않았다. 사실상 판매를 포기했거나 물량이 없어 판매를 할 수 없는 듯 보였다.
정부가 공적마스크 판매 5부제를 시행한지 5일째.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유통매장에선 마스크가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정부가 일일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공적 판매처인 농협과 우체국, 약국 등에 공급키로 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의 마스크 입고량은 정책 시행 이전 대비 80%가량 줄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역시 마스크 수급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들 업계는 정부 정책 이후로 사실상 마스크 판매가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발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점포에 보낼 물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
A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스크 공적 판매 이후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매일 판매하지 못하는 점포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 역시 “매일 편차가 있지만, 보통 하루 8만개 정도의 마스크를 확보해 왔다면 지금은 2만개를 조금 넘거나 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원활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서라도 대형마트‧편의점 역시 공적판매처로 지정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출생연도로 구매일을 정한 마스크 5부제 시행에도 약국 등에는 여전히 줄이 늘어서는 등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편의점이 제외되면 소비자 체감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기존 편의점에서 마스크 구입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공적판매처 지정을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이달 2일 대형마트 3사가 가입한 체인스토어협회 역시 “생필품 구입을 위해 마트를 방문하고, 마스크 구입을 위해선 공적판매처로 가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면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도 공적 판매처로 지정해달라”라는 공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냈다. 마스크 수량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라도, 대형마트 등으로 공적판매처를 넓히면 접근성이 높아져 사람들이 꼭 우체국과 약국에서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
실제 전날 약국에서 마스크 구매에 실패해 마트를 들러봤다는 회사원 권모씨는 “목요일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었지만, 일이 늦어져 구매를 하지 못했다”면서 “대형마트는 아니더라도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판다면 회사원 입장에선 더 편해질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얼마 전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던 마스크 지급도 중단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생산물량 부족을 이유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공적판매처 지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추후 수급 사정이 원활하지면 이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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