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코로나19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다만, 그 빈 공간을 누군가의 과로 노동으로 메워서는 안 된다.”
쿠팡의 한 40대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가 지난 12일 새벽배송 중 숨진 것과 관련, 배송 기사들이 이를 규탄하며 쿠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대림동 노조 사무실에서 쿠팡 배송 현장의 노동강도를 알리는 기자회견 열고 “쿠팡은 당장 새벽배송을 중단하고, 친노동적 배송 환경을 마련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임원 발언에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과로 노동과 누군가의 죽음으로 사회적 빈 공간을 메워서는 안 된다”라며 “쿠팡의 경우 2019년 8월과 올해 3월을 비교하면 물량이 22% 급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인당 배송 물량 역시 2015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3.7배가 증가했다”라며 “교대 근무는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새벽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야 말로 사회적 빈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쿠팡 배송 노동자들의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1년8개월간 쿠팡 배송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A씨는 “1년내 퇴사율이 90%가 넘는다는 것은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사측은 법정 휴식시간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레벨제도 등 경쟁적 분위기에 내몰리며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쿠팡이 건강하려면 쿠팡맨이 건강해야 하고, 그래야 소비자들도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다”라며 “쿠팡은 배송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양주캠프 5년차 쿠팡맨이라는 B씨도 “사측은 신입에게 50%의 물량만 배정한다고 하지만, 본적이 없다”라며 “지금 신입들의 수량을 보면 평소 우리가 배정받던 물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처리 물량이 저조한 신입들은 3개월 뒤 수습 부적격으로 해지가 된다”라며 “얼마전에도 3명이 해지를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쿠팡의 ‘로켓프레시’ 도입후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호소했다. B씨는 “물량을 두 번, 세 번 나누어 배송하고 있고, 1차 물량을 소화해야 2차, 3차 물량을 받을 수 있다”라며 “시간 내 못 끝낼 것 같은 쿠팡맨에겐 쿠팡플렉스를 붙이는데, 압박감이 심하다”라고 털어놨다.
울산에서 5년째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는 C씨 역시 “이전에도 휴게시간 확보 등 교섭에서 수많은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쿠팡 측은 이를 방조해 왔다”면서 “연차개수를 임의로 배정하는 등의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노조는 쿠팡에 ▲새벽배송 중단, ▲친노동 배송화경 마련, ▲성실교섭 이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사회적 편의가 노동자 착취를 발판 삼아선 안 된다”면서 “죽음이 예견 되는 배송현장이 없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노조는 앞서 숨진 40대 쿠팡 배송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고, 물량 폭증에 따른 과로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변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배송을 위해 1시간 동안 20가구를 돌아야 했다”라며 “이는 신입 직원이 하기에는 버거운 물량”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쿠팡 측은 “고객과 배송인력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과 달리, 쿠팡맨은 본사 직고용 인력으로 2년이 지나면 94%가 정규직으로 전환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택배기사님들이 요구해온 내용 상당 부분이, 쿠팡에서는 이미 현실”이라며 “전체 쿠팡맨은 6000명 이상으로 인력 충원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피력했다.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