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대문구 세븐PC방 이용객을 찾는 일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코로나19 검사 자체를 꺼려 숨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세븐PC방을 방문한 손님은 973명(중복방문 포함)이다. 구청은 이 가운데 80여명의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했다.
80여명 중 39명은 ‘비회원’으로 PC방을 이용한 이들이다. 이용객의 대다수는 이름과 핸드폰 번호 등을 입력해 회원가입을 한 후 PC방을 이용했다. 나머지 40여명은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해 거짓 정보로 회원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80여명의 연락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PC방 인근 대로에는 “PC방 이용객 중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에 방문해달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경찰의 협조를 통해 CCTV 등을 추적, 이용객 파악에 나섰다. 게임회사 등에도 정보를 지속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PC방의 주 이용객은 누구였을까. PC방에서 직선거리로 300m 내에는 휘경중학교와 삼육보건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반경 500m에는 휘경초등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가 있다. 주이용객은 해당 학교에 다니는 10~20대 학생으로 추정된다.
휘경동에서 만난 학생들은 해당 PC방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븐PC방 이용 후 확진 판정을 받은 8명 중 6명은 22세~28세다. 나머지는 54세와 14세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대학을 다니는 윤모(25)씨는 “주변의 다른 PC방에 비해 세븐PC방은 대학생 비율이 좀 더 높았던 것으로 안다”고 이야기했다.
특정 학년이 선호하는 PC방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근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임모(16)군은 “중학생과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 자주 가는 PC방”이라며 “저희 학년은 그 PC방은 잘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도 “고등학교 3학년과 어른들이 주로 방문하는 PC방”이라고 기억했다.
다만 연락이 닿지 않는 80여명이 중·고등학생일 확률을 배제할 수 없다. 동대문구청은 PC방에서 현금 결제한 이들의 연락처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금은 결제자의 정보가 남지 않는다. 카드를 주로 쓰는 20대와 달리 중·고등학생은 현금 결제 비율이 높다. 이날 만난 고등학생 8명 중 4명은 평소 PC방에서 현금으로 결제한다고 답했다. 휘경동에서 만난 강모(16)군은 “이 주변 고등학교 학생증에는 결제기능이 있지만 중학교 학생증에는 없다”며 “대다수의 중학생은 PC방에서 부모님 카드를 쓰지 않는 이상 현금으로 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PC방 집단감염과 관련 코로나19 검사를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김모(16)군은 “확진자와 같은 시기에 PC방을 방문한 친구가 2명 있다”며 “검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후에도 버티다가 경찰에 신고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보건소로 갔다”고 이야기했다. 고모(16)군은 “만약 증상이 없으면 굳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을 것 같다”며 “검사 대상 통보를 받으면 좀 많이 무서울 것 같다”고 했다.
동대문구청은 PC방 이용객의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 협조를 부탁했다. 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본인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라며 “타인을 위해서라도 꼭 검사받을 것을 요청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세븐PC방을 방문한 중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학생은 무증상 감염자로 전해졌다.
동대문구에서 동안교회와 세븐PC방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 2일 동안교회 전도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회 주최 수련회에 참석한 관계자 10여명도 뒤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교인들이 방문한 세븐PC방에서도 확진자가 줄을 이었다. PC방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의 어머니를 돌보는 요양보호사까지 감염됐다. 18일 오후 5시 기준, 동안교회·세븐PC방 관련 확진자는 총 2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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