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도 휘청, 변해야 산다”…호텔업계, 코로나19 생존 안간힘

“5성도 휘청, 변해야 산다”…호텔업계, 코로나19 생존 안간힘

기사승인 2020-03-25 02:00: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호텔업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호텔 서비스를 최소한의 접촉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반값 할인’도 등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며 연일 매출이 급감하는 탓이다. 업계에선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호소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서울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은 1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0곳의 객실 중 9곳이 비어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적어도 60~70%대를 유지해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2월에는 그나마 외국인 관광객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끊기며 사실상 휴업 상태”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늘어난 공실률을 메우기 위해 전례 없던 가격 할인에도 나서고 있다. 그동안 호텔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며 가격 할인에 주저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다. 일부 5성급 호텔은 10만원이 안 되는 요금에 방을 내놓기도 했다. 3~4성급 호텔은 대부분 5만~6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가격 인하와 더불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시설이라는 이미지 탈피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로 주요 호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는 등 사람들이 감염 우려에 민감해진 탓이다. 호텔들은 뷔페 대신 객실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비대면 패키지’ 등 룸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차에서 호텔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상품도 꺼내들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이달 19일 자차에서 내리지 않고 최소한의 접촉으로 호텔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일명 '드라이브 스루' 상품을 선보였다. 호텔 일식당과 베이커리 메뉴를 온라인 또는 전화로 주문 후 결제하면 호텔 정문에 정차한 뒤 상품을 바로 받아 갈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신라호텔은 이달 초부터 한 달 동안만 판매하기로 했던 ‘룸서비스 패키지’의 판매 기간을 한 달 연장했다. 원래 해당 패키지는 매년 설 직후부터 한 달 정도 추운 날씨를 고려해 출시했던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서비스 인기로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다. 조식이나 석식을 룸서비스로 받아 방 안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계속되면서 호텔업계도 고객들이 원하는 비대면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며 "답답한 집 대신 호텔 방 안에서 타인과의 접촉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객실에서 식사까지 할 수 있는 '인 룸' 패키지 3종을 선보였다. 비스타 워커힐의 '베드 앤 잇 인'(Bed & Eat In) 패키지는 비스타 디럭스룸에 투숙한 후 다음 날 아침 객실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게 했다. 더글라스 하우스는 룸서비스가 기본으로 포함된 '연두빛 봄' 2종을 준비했다.

객실대신 자연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한 곳도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다른 투숙객과 접촉 없이 자연에서 트레킹을 하며 삼림욕을 할 수 있는 패키지 '신라 포 유'를 출시했다.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고객들이 '집콕' 대신 사람이 없는 자연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한 위기상황”이라며 “호텔도 변화하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방의 호텔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 일 것”이라며 “세제 감면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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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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