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동남극의 덴먼(Denman) 빙하가 지난 22년간 5㎞ 가까이 후퇴했으며, 빙하 밑 지형이 기후변화에 빙하를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덴먼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을 1.5m가량 상승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교(UCI)와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최근 덴먼 빙하와 주변 지역에 대해 지금까지 이뤄진 것 중 가장 정밀한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 지구물리학회(AGU) 저널인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남극대륙에 얼음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동남극은 최근 들어 빠르게 녹고 있는 서남극에 비해 덜 위협을 받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덴먼 빙하 등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지면서 동남극 역시 지구 온난화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UCI에 따르면 덴먼 빙하는 1979년부터 2017년 사이 누적 얼음 손실량이 총 2680억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CI 지구시스템과학과 에릭 리그놋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탈리아우주국(ISA)의 코스모-스카이메드 위성시스템의 간섭계 자료를 이용해 빙하가 지반과 분리돼 바닷물에 뜨는 지점인 ‘지반선’(grounding line)을 측정했다.
위성 움직임에 따른 안테나 위치의 변화로 얻은 자료를 조합해 고해상도 영상을 확보하는 '합성 개구 레이더 차분 간섭' 기법으로 파악한 결과, 1996년부터 2018년 사이 덴먼 빙하의 육지를 덮은 얼음인 빙상(ice sheet)의 육지-바다 접점 지반선 후퇴가 비대칭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덴먼 빙하 동쪽 측면은 빙하 밑의 융기부가 빙하의 후퇴를 저지하는 역할을 한 반면 서쪽 측면은 깊고 가파른 골이 경사져 있어 빙하 후퇴를 가속하는 역할을 하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UCI의 또다른 연구팀은 지난해 말 덴먼 빙하 밑의 골이 해수면에서 3500m 아래까지 형성돼 대륙과 인접한 협곡으로는 지구에서 가장 깊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리그놋 교수 연구팀은 덴먼 빙하 서쪽 지반의 이런 지형적 특성으로 급속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빙하 후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지구 해수면의 실질적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섀클턴 빙붕이나 덴먼 빙설(氷舌) 등을 포함해 약 2만4000㎢에 달하는 덴먼 빙하의 바닷물 위에 떠 있는 얼음 상태를 추적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빙하의 일부가 혀 모양으로 길게 뻗어있는 덴먼 빙설은 이번 연구에서 매년 3m씩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 측정돼 서남극의 빙붕보다도 붕괴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리그놋 교수는 “덴먼 빙하의 엄청난 크기는 장기적인 해수면 상승 충격이 그만큼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덴먼 인근의 해양자료를 수집하고 지반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