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정부가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 영상을 공유한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n번방 사건 관련 청원에 따른 답변이다.
청와대는 24일 오후 5시30분 ‘n번방’ 운영자 및 가입자 신상공개 촉구 관련 청원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n번방과 관련된 청원은 총 5건이다.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총 50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답변 요건 2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답변자로 나선 민갑룡 경찰청장은 “청원인께서 말씀하셨듯이 ‘박사방’ 사건은 아동·청소년과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잔인하고 충격적인 범죄”라며 “국민 여러분의 우려와 분노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엄정한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무감각한 사회 인식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히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사방’ 운영자 신상공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같은날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 등을 공개했다. 민 청장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추후 검찰 송치 시 현재의 얼굴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사방 및 n번방 사건 가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강조됐다. 민 청장은 “아동·청소년, 여성 등의 성착취·성범죄 영상을 공유하고 조장한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검거된 운영자 조주빈 뿐 아니라 ‘박사방’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착취물 영상 소지·유포자 등 가담자 전원에 대해 모든 역량을 투입해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엄정한 사법처리 등도 약속됐다.
경찰은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설치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수사실행, 수사지도·지원, 국제공조, 디지털 포렌식, 피해자 보호, 수사관 성인지 교육 담당 부서로 구성된다. 유관기관·단체와의 긴밀한 협업체계도 구축한다. ‘사이버성폭력 4대 유통망 특별단속’을 연말까지 연장,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인터폴 등 외국 수사기관, 구글·트위터·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과의 국제공조 강화도 강조됐다.
이날 답변에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참여했다. 이 장관은 ‘제2차 디지털성범죄 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범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조직을 신설하고 성폭력처벌법 등의 법률을 개정했다. 그러나 n번방 사건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가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대응책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국민 법감정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범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이를 수용, 빠른 시일 내에 기준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 행위,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 마련도 약속됐다. 성착취물 영상 소지와 제작, 배포, 판매에 대한 처벌 강화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법률이 조속히 제정, 개정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를 무관용의 원칙 아래 처벌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디지털 성범죄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언급됐다. 이 장관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유포자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해당 범죄 신고 시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을 위한 초·중·고 성교육, 24시간 피해자 신고 창구 운영 등이 대책으로 강구됐다.
이 장관은 “피해자 여러분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란다”며 “불법영상물이 삭제되고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정부가 여러분 곁에 있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착취물이 제작, 공유돼 논란이 됐다. 이른바 ‘n번방’이다. 운영자 ‘갓갓’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경찰의 수사를 따돌리기 위해 1번~8번방까지 8개 대화방을 운영해 n번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후 n번방을 모방한 박사방이 등장했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은 지난 19일 구속됐다. 경찰은 조주빈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음란물 제작), 형법상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적용했다. 조주빈은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최소 74명의 여성을 협박, 강요해 성착취물을 찍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들은 해당 대화방에서 ‘노예’로 지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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