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토막 난 매출, 2억 빚에…대책은 대출로 버티기”

[르포] “반토막 난 매출, 2억 빚에…대책은 대출로 버티기”

[르포] 코로나19, 팔 걷은 정부…현장서는 “대출만으론 오래 못 버틴다”

기사승인 2020-03-27 04:37: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현재 딱히 체감 중인 정부 정책은 없어요. 대출은 결국 빚을 내 버티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사실 코로나가 끝나도 그 돈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이 깜깜한 터널 같아, 자신이 없어요.”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

“절반 이상 손님이 줄었고요. 임대료라도 낮아졌으면 하는데, 먼저 임대인에 말 꺼내기가 참 난감하죠. 지금 네 명이 일하다 둘만 일하고 있어요. 적어도 인건비라도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 잠을 제대로 못 자요.” 서울 중구에서 분식집을 연 이모씨.

정부가 50조원 가량의 ‘코로나19 대응 비상금융조치’를 발표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조치를 반기면서도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대책의 주 내용이 돈을 빌려주는 대출에 그쳐,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 이들은 임대료나 인건비 지원, 세제 감면 등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비상금융조치의 주요 골자는 ▲경영자금 지원 확대 ▲1.5% 초저금리 대출 ▲소상공인 보증지원 ▲대출원금 만기 연장 등이다. 대출 문턱은 낮추고 상환 시기는 연장한 것이다. 이외에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 대출에 초점이 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후 6시께 방문한 충정로역 인근의 한 한식당은 TV소리만 요란했다. 퇴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하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이따금 마스크를 낀 손님들만 음식을 포장해 갔다. 이곳에서 3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김모(77)씨는 “못해도 일 매출 100만원은 올리던 곳인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라며 “2월부터 심하게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출이란 말에 그는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김씨는 “대출을 알아보려고 오늘 신용보증재단에서 지정한 은행을 방문하니, 상담이 4월 말이나 5월초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더라”면서 “지금 당장 식재료와 인건비 등을 지불해야 하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식자재 업체에서 독촉 메시지도 오고 있다”이라며 “그동안 식당을 하면서 입금을 미룬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사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인근의 한 죽 전문점은 임대료로 고민이 가득했다. 내심 건물주의 임대료 감면을 기대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어떤 소식도 없는 것. 특히 오는 8월 재계약을 앞둔 상황이라 자칫 말을 잘못 꺼내면 불이익을 받을까 점주는 전전긍긍했다. 이곳 점주 강모씨는 “사람의 선의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 답답하다”면서 “200만원인 임대료라도 줄면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지만, 마땅히 대책이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자영업자들은 마땅한 고용유지 지원책이 없다고도 꼬집었다. 여의도에서 호프집을 운영 중인 한 사장은 종업원이 있는 매장을 피해 밖으로 나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종업원과 아르바이트 등 5명을 두고 있는데, 매출이 심각한 상황이라 더는 유지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좋은 친구들인데, 최악의 경우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서울 중구의 한 분식점은 최근 종업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개업에 큰돈을 들였던 점주는 기존의 주택 등 총 2억원의 대출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 지원의 대출 신청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존 대출이 심사에 영향을 미칠까 마음에 걸린다”라고 속상해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실질적인 추가 대책이 빠르게 보완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물경제 악화로 이대로라면 코로나19의 후유증이 크게 남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은 “대출 절차도 더욱 간소화할 필요가 있고, 고용 유지를 위한 안정화자금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세금 감면 조건 역시 너무 영세한 소상공인들에만 조점이 맞춰져, 아직 대다수는 혜택을 못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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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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