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국내 면세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은 물론, 내국인의 출국도 급감하고 있는 탓이다. 주요 지점을 포함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게 업계의 호소다. 최근에는 임시 휴업을 넘어 아예 면세 특허를 반납하는 일도 벌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렵던 일이다.
2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월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1조1026억원으로, 전월(2조248억원) 대비 46% 급감했다. 전년 동기(1조7416억원)와 비교해 봐도 36.7%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 20조 원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수직 낙하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월은 지난달 수준을 넘어 많게는 90%가까이 매출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이후 최대 위기”라며 “업계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영업시간 단축과 휴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김해공항점과 김포공항점이 휴점에 들어갔고, 신라면세점도 제주공항점, 김포공항점 문을 닫았다. 이밖에도 롯데·신라·신세계 모두 국내 시내면세점의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진자의 방문과는 별개로 이뤄진 자체 휴업이다.
공을 들여왔던 해외 사업도 암초를 만났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해외점 13곳 중 7곳의 휴점을 결정했다. 신라면세점도 일본 도쿄 타카시마야면세점과 태국 푸켓 시내면세점을 휴업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코로나19에 면세 특허권을 반납하는 일도 일어났다. 중견 면세점인 에스엠면세점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사측은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비롯, 공공기관 입점 업체에 임대료를 인하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상을 중소기업으로만 한정했다. 이에 에스엠면세점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에스엠면세점은 정부와 인천공항에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달 5일에는 인천공항 1터미널 신규 사업자 입찰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에스엠면세점은 지난 25일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납부해야 했던 2월분 임대료도 내지 못했다. 현재 에스엠면세점은 인천공항 1터미널과 2터미널에서 출국장 면세점을, 1터미널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중견기업인 에스엠면세점 조차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실 대기업 면세점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임대료로 인한 적자에 전전긍긍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롯데와 신라, 신세계 면세점이 납부해야 하는 월 임대료는 830억원 수준인데 3월 매출은 4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달 매출의 2배를 임대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면세업계는 인천국제공항에 입점 면세점 전체의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2조7000억의 매출을 올렸고, 사실상 대부분이 상업시설 임대수익에서 나온 것”이라며 “면세업계가 적지 않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만큼, 인천공항공사 역시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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