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서유리 인턴 기자 = 코로나19 감염자가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남미 국가에서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대처로부터 씁쓸한 ‘빈부격차’의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멕시코 푸에블라주의 미겔 바르보사 주지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확진자의) 다수가 부자들이다. 당신이 부자라면 위험하지만 가난하다면 위험하지 않다”며 “우리 가난한 사람들은 면역이 돼 있다”라고 말했다고 31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가는 가운데 현재까지 소득 수준에 따라 코로나19 감염률이 다르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분석이다.
바르보사 주지사의 발언은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이지만 실제로 중남미 여러 나라에선 부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남미 지역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내에서 코로나19가 폭발적인 증가세에 이르자 바이러스 영향권에 들어왔다.
현재는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모두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했지만, 초반에는 외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염세가 나타났다. 해외여행을 할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감염 된 것이다.
실제로 지중해에서 휴가를 보냈거나 미국에 스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줄줄이 확진을 받았다. 브라질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고급 리조트에서 열린 결혼식이 집단 감염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검사료가 비싸 검사 건수가 적은 상황에서 부자들 위주로 검사를 받은 점도 부유한 확진자들이 많은 이유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멕시코만 하더라도 전체 확진자는 1000명 미만인데 주지사와 하원의원, 증권거래소장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포함됐다. 검사를 받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 중 확진자들이 대거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은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부자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감염 시에는 돈을 들여 검사와 치료를 받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사람들로 밀집한 대중 교통을 타고 일터에 나가며 자신의 감염 여부조차 알기 어렵다. 마스크는커녕 집에서 손 씻을 물조차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감염이 더욱 취약하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 내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아직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꺼내지 않은 이유로 들기도 했다. 중남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빈곤층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빈곤층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AP통신은 “중남미에선 코로나19가 부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게 닥쳤다”라며 “전문가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일터에 나가야 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 많은 극빈층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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