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쿠키뉴스] 소인섭 기자 = "명수야 홈런!"
군산시 수송동 치킨점 사장 휴대전화에, 조촌동 카페 사장 전화기에도 어플 주문 알림음이 반갑게 들린다. 비대면 시장이 커지면서 군산시가 전국 최초로 개발한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가 인기 '끝판왕'이 됐다.
'배달의 명수'는 전국 유명 어플이 될 조짐이다. 요즘 핫 한 인물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군산의 배달 앱을 차용할 계획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임준 군산시장과 통화해 군산시가 최근 개발한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 사용을 동의받았고, 이 분야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6일 강 시장은 ‘배달의 명수’란 군산의 대표브랜드를 전국 어느 지자체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지사에게 말했고 소상공인들의 아픔을 함께 분담할 것을 약속했다. 공공 목적의 전국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상표를 사용 승낙한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민생당 전주시을 조형철 후보는 6일 전주형 공공배달앱인 '전북배달앱'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조 후보는 "지난 1일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 배달앱이 수수료 부과방식을 변경, 사실상 수수료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서 전북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조 후보는 전주형 배달앱을 전북 전체로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발빠른 대처로 평가된다.
정의당 전주시갑 염경석 후보는 "배민이 수수료체계를 주문 1건당 5.8%를 떼는 방식인 정률제를 택했는데, 이럴 경우 각종 경비를 제외한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소상공인 수익의 30% 이상을 배민이 가져가는 셈이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주시에는 중소상인을 지원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 지역화폐 도입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전주에서도 지역화폐, 공공배달앱이 도입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헌율 익산시장도 이날 공공배달앱 개발을 주문했다. 지역화폐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 앱 사용자 혜택 등 세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군산시는 애초 독자 배달앱 출시 때만 해도 이같은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민(배달의민족)을 포함해 주요 3개 배달앱체가가 독일 특정업체로 넘어가 독과점시장이 형성됐고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출시된 '배달의 명수'는 3주만에 가입자 수가 2만3천549명. 가입자 수가 전체인구( 26만8천766명) 10명 중 1명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뿐아니라 참여 사업주들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728개 사업장이 들어와 있다. 출시 첫 주에는 가입자 수가 1만 5천명으로 하루 평균 2천여명 씩 늘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매일 주문 건수를 갱신중이다. 지금까지 6천900여 건, 1억6천600만 원어치가 이 앱을 통해 거래됐다.
6일 군산시 소상인지원과도 분주하다.
시는 공공앱 개발 후 지금까지 100통이 훨씬 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경제통상진흥원, 요식업중앙회 및 지부 등이 큰 관심을 보였다. 채수희 주무관은 "비대면 시장이 커질 것을 알고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면서 "특히 상인 입장에서는 기존 플랫폼 사용으로 수수료를 많이 내야 하기 하기 때문에 이것만 절약해도 매력이 있어서 기관단체가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 배달앱이 성장하면서 모바일군산사랑상품권 매출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기존 민간어플 주결제수단은 80~90%가 신용카드인 반면 '배달의 명수'는 지역상품권 결제비율이 65%에 이른다. 모바일상품권 사용이 '배달의 명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군산사랑상품권을 쓰면 음식값을 10% 할인받는 혜택을 누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실제 중국음식과 피자, 치킨 등 배달음식 대표주자만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기존 플랫폼이 아닌 '배달의 명수'를 활용했을 때 수수료와 광고료만 해도 43억 원에 달하는 지역자금이 유출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3개 배달음식 뿐 아니라 모든 배달음식에 적용했을 때 기준이다.
시는 행정 전화 컬러링으로 '배달의 명수'를 탑재하는 등 행정력을 쏟고 있다. 시청에 전화를 걸면 '군산의 대표 음식배달앱, 배달의 명수, 다함께 홈런'이란 컬러링이 또렷하다.
시장 반응은 좋을 수밖에 없다. 가입비(월정액)와 광고료가 없어 업소당 월평균 25만원 이상을 아낄 것으로 시는 추산하고 있다. 그래서 입점 희망업체가 급증세란 것이다. 사업주들은 본인들이 사용해 보고 홍보도 하고 있다고 한다. 가맹 사업주 가운데는 자체 할인혜택이나 가격 인하, 무료배송 등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아직 728개 사업장이 가입한 것을 두고 음식 가지수가 적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담당 주무관은 "오히려 기존 어플보다 희망 가맹점 수가 많다"면서 "현재 신청이 급증해 운영할 수 있는 한계치인 410개를 벗어나 모든 가맹점을 아직 공공앱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들은 이 현상을 신기해 하기도 한다. 조촌동 카페 운영자는 "기존 어플이 자리잡고 있는데, 배달의 명수를 통해 주문이 들어와 신기했다"고 말했다. 수송동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우성씨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어려운 지역경제에 광고료와 수수료가 없는 배달의 명수가 큰 힘이 된다”며 “소비자가 더 찾을 수 있는 어플이 되도록 저희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도 반기기는 마찬가지다. 김혜진씨는 “모바일 상품권 결제를 통해 음식 주문하기가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배달의 명수'를 즐겨 찾는다”면서 “소비자도 사업주도 상생하는 착한어플이라는 생각으로 배달의 명수만 이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가 사회적 기업에 운영을 맡기려는 것과 달리 현재 군산시는 개발사에 운영을 맡기고 있다. 업로드와 이미지 등록, 연동 문제 등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운영 계약이 내년 1월 말로 끝나면 지역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임준 시장은 이날 '배달의 명수'가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조짐이라면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isso200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