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LG전자가 코로나 악재에도 올해 1분기에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중국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중국발 소비위축의 규모가 적은 LG전자로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과 유럽시장의 소비 위축에 따라 2분기 전망은 다소 우려된다. 다만 '만년 적자'였던 MC사업부의 경우 LG 스마트폰이 프리미엄에서 매스로 전략을 수정함에 따라 과거와 달리 사업부문 성장도 어느정도 기대할 만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LG전자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매출 14조7287억원으로 전년비 1.2% 감소했지만, 영업익은 1조9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 증가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예측하던 영업이익 컨센서스(8500억원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신뢰로 인정받은 '가전의 힘'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생활가전(H&A)부문과 TV(HE) 부문이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등의 판매 호조로 생활가전 영업률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13.3%)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TV 사업에서는 1분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줄이며 상대적 수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풀인(Pull-in, 대비)수요를 유도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TV사업부는 2월 중화권 TV업체 가동중단에 따른 반사수혜로 추정했다. 생활가전의 경우 풀인수요와 위생가전 판매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상회한 이유는 생활가전 실적 호조와 비용 절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식기청정기 등 수익성 높은 신성장 제품군이 위생가전으로 인식됨에 따라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마케팅 비용이 오히려 보수적으로 집행됐다"고 예측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코로나 영향으로 공기청정제품 등 신성장가전의 수요가 높게 나타났으며, TV는 중국업체들의 출하 감소로 상대적 수혜를 받았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중국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기 때문에 1분기 중국발 소비부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공기청정기와 스타일러 등 새로운 가전섹터가 소비자의 마음을 끌었다고 평가했다.
모바일 스마트폰(MC) 사업부의 경우 2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마케팅 비용의 감소 등으로 적자폭은 감소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동주 연구원은 "MC사업부의 경우 마케팅비 축소와 ODM 물량 확대로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LG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MWC에서 공개하려 했던 플래그십 스마트폰 론칭을 연기한 바 있다. 이후 V60씽큐는 북미와 유럽, 일본 시장에서만 출시됐다.
LG전자의 신규 스마트폰도 곧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당초 'G9 씽큐'라는 이름으로 불릴 예정이었으나 'G' 시리즈를 폐기하기로 하면서 다른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가격을 80만원대로 낮춘 '매스 프리미엄'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저렴한 폰을 찾는 고객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2분기에는 어려움을 예상했다. 주력 판매시장인 한국 및 미국과 유럽의 소비급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도 소비 위축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부진을 예상했다. 3분기 이후에는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며 가전이나 스마트폰 실적의 반등을 전망했다.
이동주 연구원은 "2분기의 경우 실물 경기가 급격히 냉각됨에 따라 전 사업부문에 걸쳐 부진한 실적이 예고된다"고 말했다.
고의영 연구원도 "매출의 40%가 코로나19 확산이 빠른 북미와 유럽이고, 백색가전과 TV는 오프라인 위주 판매 채널이기 때문에 부진의 강도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라며 "1분기에 가장 타격을 받은 중국 비중이 낮지만 한국과 미국이 주력 시장이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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