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해결사, 구원투수. 김종인 미래통합당(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김 위원장은 오는 4·15 총선을 맞아 야당인 통합당의 사령탑을 맡았다. 전국을 돌며 당의 선거를 이끌고 있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두 번의 총선은 무엇이 같고 다를까.
◆ “정부 경제 실정 심판” 경제학자 김종인의 필승 전략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9일 서울 강북구를 찾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면서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지 않게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시켰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에도 “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대통령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경제 대응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아 총선을 지휘할 당시에도 정부의 실정과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총선 유세 과정에서 “지난 8년간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실정을 심판해달라”며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실패를 끝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총선 하루 전날에도 “내일은 새누리당의 오만과 실정을 심판하는 날”이라며 “시들어가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날”이라고 지지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통합당의 전신이다.
◆ 선거운동 첫 장소는 ‘동대문시장’…전국 곳곳 누벼
선거 출정을 알리는 장소로는 서울 동대문시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동대문시장 두산타워 앞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14년 3월31일에도 동대문 신평화시장에서 공식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종횡무진 전국을 누빈다는 점도 지난 2016년과 동일하다. 김 위원장은 선거운동 시작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서울과 경기 고양·김포·화성·수원 등을 누볐다. 선거운동 시작 후에는 서울 곳곳을 비롯해 경기 오산·용인·광주·의정부·여주·성남·시흥·안산, 인천, 부산, 경남 김해, 대전, 충북 청주, 세종, 강원, 충남 등을 찾아 유세를 지원했다. 특히 격전지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2016년에도 전국 곳곳의 지역구를 찾았다. 이동 거리만 4300㎞가 넘는 강행군으로 전해졌다. 이때에도 수도권에서 총 83회의 유세를 진행했다. 총 114번의 유세 중 과반이 수도권이었다.
◆ 달라진 비판 대상…2016년 박근혜·새누리당 → 2020년 문재인·조국
달라진 점도 있다. 우선 비판의 대상이 바뀌었다. 2016년 민주당을 이끌었던 김 위원장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실정을 비판했다. 2020년 현재, 통합당 사령탑으로서 여당이 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조국이라는 사람은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향유할 것은 누구보다 다 누리고 ‘나는 원래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며 “그런 사람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선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보면 이 정부가 과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속할 신념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본인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다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민주당의 비례대표로서 선거에 임했다. 2번을 배정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향후 통합당 당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2016년 총선 수도권서 압승 거둬…2020년 전문가 관측은
2020년 총선의 결과도 2016년과 같을까. 김 위원장이 이끌었던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했다. 기존 목표치였던 107석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특히 122석 중 82석을 쓸어 담았다. 다만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완패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선거 결과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실패를 준엄하게 심판했다”면서 “우리 당의 호남참패는 인과응보다. 회초리를 들어주신 민심을 받아 안겠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에서 김 위원장은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말에 실시된 총선이 6번 있었다. 그중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는 여당이 이겨본 적이 없다”며 “지금의 사태는 과거 여당이 (대통령 임기말) 선거를 치르는 상황보다 더 나쁘다. 통합당이 과반을 차지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다만 앞선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우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을 통해 선거 판세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통합당은 김 위원장을 영입하면서 안정을 찾았다”며 “김 위원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쟁점을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도 김 위원장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선거에 임했다”며 “정국을 구성하는 맥을 짚어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가진 ‘실용성’을 유권자에게 강조한다면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40대는 일반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하다고 분석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쓰나미에 가장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들은 현재 이념적 충성심을 유지하느냐 실용적 판단을 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사례를 본다면 여론조사와 달리 판세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하지만 속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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