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싱싱해, 싱싱해, 다음엔 더 줄게요.”
15일 점심께 차량을 몰고 방문한 노량진 수산시장. 이곳 ‘드라이브 스루’ 판매점 앞에서 차창을 반쯤 내리자 한 상인의 환한 얼굴이 기자를 맞는다. 이내 구수한 말씨로 “방문 전 요청대로 연어를 좀 더 팍팍 넣었다”며 모둠회 2인분을 창 너머로 건네준다. 보통 수산시장에서 회를 구입하려면 내부를 헤집고 가격 흥정까지 30분을 넘기기 일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 판매점을 통하니 구입 후 수산시장을 빠져나가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코로나19 여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나 볼법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판매점을 도입하고 나선 것. 지난달 26일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남1문 앞에서 처음 영업을 개시했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기온이 낮았던 이달 12일 이전까진 판매점에서 사전 주문 없이 모둠회 등을 즉석으로 팔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금은 개념을 확장해 드라이브 스루 ‘픽업존’으로 운영 중이다. 차량 여부와 관계없이 방문 전 노량진 수산시장 애플리케이션(앱)인 ‘싱싱이’를 통해 사전 주문을 하면 된다. 앱 내 상점 안내를 통해 가게를 골라 전화 주문을 한 뒤 판매점에서 결제 후 물건을 가져가는 식이다. 숭어, 광어, 도미, 연어 등이 섞인 모둠회 외에도 전복, 새우 등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파는 전 품목을 살 수 있다. 특히 앱에는 리뷰를 통해 구매자 평가도 남길 수 있게 했다.
특히 비대면을 원하는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이날 이곳 판매점에 만난 고준기(43) 씨는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햄버거를 구입했던 경험은 있지만, 활어회는 처음”이라면서 “곧바로 회를 받아 드라이브를 갈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라고 평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차를 몰고왔다는 김성식(50)씨도 “코로나로 근처 횟집을 가는 것이 꺼려졌는데, 노량진에서 비대면 판매를 한다고 해 와 봤다”면서 “양도 많고 신선한 것 같다”고 웃음 지으며 자리를 떴다.
코로나19에 손님이 급감해 울상을 짓던 상인들도 긍정적 평가다. 충청수산 김송희(58)씨는 “팔아주는 분들이 고마워서라도 전화가 오면 양도 더 담아 드리려 한다”면서 “편리함을 느낀 손님들이 이후도 계속 찾아주며 단골이 되는 효과도 있다”라고 했다. 대게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픽업존으로 오히려 내부 손님이 줄까 걱정도 했는데, 생물은 그래도 직접 보고 사시려 하더라”면서 “뭐든 여러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지 않겠느냐”라고 평했다.
실제로 이는 매출 증가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드라이브 스루 판매는 시행 첫 주말 2600만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이달 9일까지 누적 매출 8534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줄고 있지만 앱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픽업존 전환 후에도 매출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측은 기대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최소 이번 달까지 드라이브 스루 픽업존을 운영할 계획이다. 추후 서비스 연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우회 장정열 회장은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 상인들이 힘을 모았던 드라이브 스루가 좋은 반응을 얻어 시장에 큰 힘이 됐다”면서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상품을 받아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추후 상황과 수요를 판단해 기간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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