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구글이 미국을 시작으로 5월부터 판매자에게 별도로 돈을 받지 않는 '쇼핑 무료' 정책을 도입을 선언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도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구글, 광고-쇼핑 연계에서 광고 의무 빼기로...'입점 무료' 선언
앞서 지난 21일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내달부터 판매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고 구글 쇼핑에서 무료로 상품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구글은 자사에 광고를 한 업체만 구글 쇼핑 탭에 노출해왔다. 구글에 광고를 한 업체가 구글 쇼핑 입점 기회를 얻고, 쇼핑에서 노출한 상품정보를 소비자가 클릭해 결제하면 수수료를 받아가는 방식(CDC)이다. 이른바 광고-쇼핑 연계 시스템이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감하는 등 매출 감소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늘면서 관련 업체들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이번 정책 변경을 통해 다양한 업체들이 광고를 하지 않고도 구글 쇼핑에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책은 먼저 4월말 이전 미국에서 적용되며, 내달부터 연말 전까지 전 세계로 확대될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늦어도 하반기에 무료화 정책이 시행될 전망이다.
구글 관계자는 “수수료 과금 형태의 광고는 현재 미국, 프랑스에서만 진행되며, 국내를 비롯한 기타 국가에서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쇼핑’ 탭에 상품을 노출 시키고, 해당 상품의 온라인 쇼핑몰로 바로 연결되는 쇼핑 광고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온라인 커머스를 통한 고객 접점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쇼핑’ 탭에 상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의 이 같은 정책은 코로나19로 인해 광고수익이 감소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구글이 선제적으로 '구글 쇼핑' 광고주의 어려움을 함께하며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경제와 산업, 일상생활 등 전 영역의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속에 구글 쇼핑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켜 몸집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 구글 쇼핑 입지 커지나?...수수료 정책이 관건
이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도 구글의 해당 정책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구글 쇼핑의 경우 주로 신세계, 롯데, 위메프 등 대형 쇼핑몰 위주로만 입점해 있어 국내 입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구글 쇼핑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고, 국내 소상공인과 관련 기업들의 구글 쇼핑에 입점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와이즈앱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온라인쇼핑 시장 1위는 네이버쇼핑으로 14%를 점유하고 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가 2위, 쿠팡이 3위다.
따라서 시장점유율과 포털 기반 이커머스 쇼핑이라는 점에서 가장 첫 번째 경쟁자는 네이버가 꼽힌다. 특히 지난 23일 발표된 네이버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비즈니스플랫폼의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지난해 1분기 보다 56% 증가해 쇼핑 부문 매출의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 비즈니스플랫폼은 전년동기 대비 12.0%, 지난해 4분기 대비 0.4% 늘었다.
네이버는 언택트 문화가 자리잡음에 따라 기업이 직접 판매로를 개설하는 브랜드스토어를 30개로 늘렸고 연내에 2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구글과 달리 광고 연계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쇼핑 수수료만 받는 방식이다. 이 수수료의 경우 카드결제 등 PG(전자결제대행)사에게 주는 결제수수료가 2~3% 정도다. 여기에 네이버쇼핑에 노출해 결제가 완료되면 2%의 수수료를 더 받는 방식이라 최대 5~6%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는 옥션이나 지마켓(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이 보통 8~12%의 수수료를 떼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이 때문에 다수의 소상공인들이 네이버 플랫폼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네이버 측은 이미 네이버가 구글 쇼핑처럼 광고와 수수료를 연계하지 않아 입점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의 바뀐 정책은 광고비는 안 받고 판매나 클릭이 이뤄지면 발생하는 수수료만 받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이미 네이버가 실행해 오던 방식이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구글의) 무료 정책으로 일부 소상공인들이 구글에도 입점을 할 기회가 되겠지만,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포털 등에 업은 유력한 경쟁자 추가되나... 이커머스 '불안'
실제로 미 구글 고객센터에 따르면 구글 쇼핑은 미용용품(beauty)과 가구 등 홈퍼니처(furniture), 패션 액세서리(apparel & accessories) 등의 품목에 12%의 수수료를, 전자제품(electronics)에 7%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보석류(jewelry)의 경우 15%로 가장 비싸다.
국내에도 이러한 수수료율이 적용된다면 네이버 쇼핑보다는 더 비싸고 오픈마켓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실제로는 네이버 쇼핑보다 개별 오픈마켓에 더 위협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구글 쇼핑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주로 대형 쇼핑몰 위주다. 구글은 지난 2018년 구글 쇼핑 베타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신세계, CJ오쇼핑, GS홈쇼핑 등 국내 메이저 유통 기업과 아디다스, 리복 등 전문 업체들과 손잡았다.
구글 쇼핑은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물품을 가격순, 카테고리순, 상태(새것/중고), 판매자 순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운동화를 검색하면 아이다스와 리복, 나이키, 뉴발란스 등의 브랜드별 운동화를 볼 수 있고, 판매자는 위메프, 현대홈쇼핑, SSG닷컴, 아디다스온라인스토어 등의 판매자별로 물품을 검색할 수 있다.
만약 구글 정책이 바뀐다면, 대형 쇼핑몰 위주로 짜여 있던 구글 쇼핑에 여러 소상공인들의 입정이 가능해진다. 실제 미국에서는 대형 업체뿐 아니라 중소업체들도 광고와 쇼핑 입점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이미 국내 중소업체들도 여러 플랫폼에 교차입점해 있다.
여기에 구글의 광고 감면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관건이다.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인 아마존을 넘어서기 위해 이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다양한 업체들이 손잡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이미 국내 중소업체들은 여러 플랫폼에 교차입점해 있어 구글 쇼핑의 허들이 낮춰진다면 입점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커머스 쪽에서는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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