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매달 코로나19 검사를 합니다. 그마저도 제가 다니는 병원은 딱 3일 전 검사결과만 인정해줘서 치료 일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해요."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치료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희귀질환 및 암환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병원 방문 시마다 자비로 지출되는 검사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병원 선별진료소마다 이같은 환자들의 불만이 쇄도하다.
통증질환 환자 김진수(28세·가명)씨는 "코로나19 검사비뿐만 아니라 검사를 위해 따로 날을 잡아 선별진료소에 방문해야 한다"며 "얼마 전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지 3일이 지났다고 해서 이틀 간격으로 다시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병원이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몸이 불편한 환자 입장에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한 달에 1~2번 정기적으로 체내에 삽입한 약물 펌프 교체 시술을 받으러 병원에 방문하는데 최근에는 치료 전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위해 병원 방문일이 하루 이틀가량 늘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들은 입원 환자와 보호자를 비롯해 수술 및 항암치료 환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 시행하고 있다. 그 외 대형병원들도 진단 검사 대상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높은 전파력과 무증상 감염 특징으로 원내 확산 우려가 높아서다.
문제는 코로나19 검사에 따른 비용이 환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침·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거나 특징적인 의사 소견이 있는 경우 건강보험이 전액 지원된다. 그러나 치료차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희귀질환 환자나 암환자들은 대부분 검사비용을 자비로 지출한다. 기존 치료비에 코로나19 검사비까지 더해져 부담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병원마다 검사 적용 대상이 다르다는 점도 혼란을 더한다. 모든 입원환자와 항암 및 수술 환자에 진단 검사를 적용하는 곳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완화하거나 적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검사 의무화를 시행하는 병원 중에서도 상기도 검사(본인부담금 약 8만원)만 적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상·하기도 검사(약 16만원)을 모두 적용하되 이 중 병원이 절반 또는 전액을 부담하는 곳도 있다. 김씨도 "같은 질환 환자 중에 다른 병원에 다니는 분은 매번 코로나19 검사를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이처럼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병원 선별진료소마다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쏟아진다. 어떤 환자(또는 병원)는 의료진 재량에 따라 검사 비용을 무료로 적용하는데, 왜 본인(환자)은 자부담으로 검사를 받야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신종감염병의 경우 정립된 지식이나 매뉴얼이 부족해 개별 의료진의 감(感)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병원들은 코로나19 확산세 감소에 따라 진단검사 기준 완화를 검토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은평성모병원, 의정부 성모병원 등 원내 감염 발생으로 병원 문을 닫은 사례도 있어 검사 완화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입원실이나 수술방에 코로나19 환자가 잘못 들어오게 될 경우 병원 전체가 셧다운된다. 특히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 특징이 있어 검사없이 환자를 걸러내기 어렵고, 여전히 지역감염 우려가 있다. 아직까지는 엄격한 검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도 검사에 수반되는 인건비나 방호복 등 수가는 적용하지 않고 시약비와 검사도구 등 최소한의 비용만 적용하고 있다. 본인과 다른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이니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검사 대상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입원 및 치료 환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비용을 건강보험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린 암환자 보호자 A씨는 "친정엄마가 7개월 전 암 수술을 하시고 회복 중인데 검사나 항암치료로 입원을 할 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검사비 10만원 정도를 자비로 부담한다"며 "건강보험료를 내지않는 외국인에도 검사비를 전액 지원한느데, 자국민에게 역차별을 하는 것 같다"며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신종감염병인 코로나19에 대해 병원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환자를 놓칠 경우 피해가 막심해지기 때문이다. 확진자들의 특성이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도 힘든 부분"이라며 "현장에서는 검사비용의 보험적용 판단을 놓고 혼란이 적지 않다. 실제 판단이 애매한 경우도 있고, 형평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예측불가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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