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재난지원금 카드를 쓴다고 가격을 올려 받는 곳이 있어요? 시장에 그 가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해가 안 가네요. 금세 다 뒷말이 돌아요. 도에서도 단속한다는 상황이고...”
8일 오전께 찾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시장의 한 두부집. 최근 재난지원금 카드 사용을 빌미로 가격을 올리는 상인들이 있다고 설명하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경기도 재난지원금 카드로 2500원인 두부 한 모 결제를 요구하자 흔쾌히 받아줬다. 보통 즉석 두부 평균가보다도 500원가량 싼 가격이다. 상인은 “항상 카드든 현금이든 똑같은 가격을 받고 있었다”라며 “재난지원금 카드라고 다를 것이 있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시장에서 지역 5일장을 따라 옮겨 다니는 노점‧좌판 상인을 제외하면 재난지원금 카드 사용을 거절하는 상인은 거의 전무했다. 특히 카드 사용 시 수수료, 부가세를 이유로 10%씩 가격을 올려 받는 바가지 상점은 단 한곳도 찾지 못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동체 이익 훼손에 대해선 엄정 조치하겠다”라고 빠르게 강경 대응을 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 지사는 바가지 행위를 한 15곳의 업소를 적발해 전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인근의 청과점에서 3개 1000원인 오이를 구입할 때도 상인은 재난지원 카드를 반겼다. 청과점 상인 이모씨는 “카드 사용이 일상화됐는데, 현금만 고집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라며 “단골 분들이 현금 계산하면 덤을 더 주는 정도지 절대 바가지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먹거리 골목에는 이미 족발 등이 재난지원금 카드로 적잖이 팔리고 있었다. 몇몇 사람의 손에는 파란색의 경기도 재난지원금 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이곳 족발집 상인은 “(바가지는) 믿기 힘든 이야기”라며 “카드 수수료가 거의 1% 이하로 낮아진지 꽤 됐다”며 “과거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아마 기존처럼 가격을 올려 받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아닐까 한다”라고 추측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선 “분명 매출 증가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관련 올해 3, 4월 주차별 소비동향을 분석한 결과, 자사 경기도 가맹점 매출 3월 1주차(3월1~7일)를 100%로 했을 때, ▲4월 1주차(4월1~7일) 108%, ▲2주차(4월8~14일) 107%, ▲3주차(4월15~21일) 122%, ▲4주차(4월22~28일) 124%로 4월 3주차부터 이용이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기본 소득이 실제 소비진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9일부터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수원 남문시장도 바가지 행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팔달문 인근 화원에서는 “재난지원금으로 꽃도 구입이 가능하냐”는 손님들의 물음이 이어졌다. 어버이날을 맞아 7000원 등의 카네이션이 불티나게 팔렸다. 기자임을 감추고 현금 결제를 내세우며 “혹시 할인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도 “이미 할인 중”이라며 “더는 깎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문시장의 내부 의류 상점가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할인을 미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할법한 상인들도 “카드든 현금이든 가격은 같다”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카드 거부‧현금 선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1000원, 2000원 등의 저가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소규모 반찬, 과일 가게들은 기계 오류, 고장 등을 내세우며 카드 결제를 피했다. 그럼에도 가격을 올려 받는 등의 바가지는 없었다는 게 손님들의 대체적인 평이었다.
반찬 가게에 계좌이체로 돈을 입금했다는 권모 씨는 “몇 천원 반찬 팔아 얼마나 남겠나”라며 “상인들은 몇 푼이라도 아끼고 싶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50대 주부 이모 씨도 “오죽하면 저런 핑계를 대겠나, 다 알고도 이해하는 것”이라며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니고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딱히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원래 소상공인 살리자고 지원금도 주고 하는 것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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