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방향성을 잡는 거고, 고생은 실무진이 많이 했죠. 메뉴 개발도 20여명이 넘는 인원이 했고 마케팅이나 물류 공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항상 ‘팀장’이라는 것 때문에 저만 부각되는데, 실제로는 이렇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노브랜드버거 을지로4가역점에서 만난 최정용 신세계푸드 R&D센터 메뉴개발팀장은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경주관광교육원 출신 양식 셰프인 최 팀장은 1994년 웨스틴조선호텔에 입사해 메인 키친과 뷔페,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을 거쳤다. 이후 경영 분야에도 몸을 담아 웨스틴 조선호텔의 스시조, 홍연, 아리아 등의 신규 오픈도 담당했다. 2018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선수단과 기자단, 운영인력 등 1만영의 식사를 담당하는 ‘총감독 셰프’를 맡기도 했다.
최 셰프는 노브랜더 버거 론칭 전 가장 먼저 품질을 먼저 결정했다. 이후 최대한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간편함과 적당한 가격 등 버거가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신세계푸드에서 운영하는 외식과 급식 부서와 협업을 통해 노브랜드 버거에 납품되는 원자재를 통합해 함께 구매했다.
“좋은 식재료로 판매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게 쉽다는 걸 미처 몰랐어요. 우리끼리는 농담처럼 ‘쉽고 싸게 잘 만드는게 실력이다’라는 말도 하죠. 호텔에서는 원가 1000원, 2000원은 솔직히 우습거든요. 그런데 버거는 한 개 1원, 2원 낮추려면 유관부서와 수도 없이 커뮤니케이션해야해요. 품질을 먼저 잡아놓고 가격을 맞추려니 그게 힘들었어요.”
최 팀장은 현장에서 만들기 쉬운 조리법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크게 한두개 매장을 운영했던 과거와는 달리 매장 숫자가 늘어날수록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매장을 관리할 수 없다’는 숙제는 최 팀장을 괴롭혔다. 각 매장에서 균일한 품질을 내는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초기 100여가지로 잡았던 재료도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식재료 저장 관리도 완화됐고, 직원들도 메뉴를 만드는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공장에서부터 매장, 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선이 최적화된 것이다.
“CK(central kitchen; 조리·반조리를 끝낸 식재료를 점포에 공급하는 조리시설) 제품들에 대한 찬반이 있었어요. 저도 사실 셰프일 때는 반대했죠. 혼자 만들어야 퀄리티가 유지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되면 소수 인원에게 의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매장마다 제품의 품질이 균일하기 어려워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지금은 CK 예찬론자가 됐습니다.”
레시피 최적화도 이같은 고민에서 태어났다. 노브랜드 버거의 소스는 ‘10·7·7’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간편함을 위해 중량에 맛을 맞춘 셈이다. 또한 패티도 전 메뉴 공통이다. 또 최 셰프는 레시피 최적화를 통해 밸런스를 잡는 것에 중점을 뒀다. 패티와 번, 소스가 모두 버거를 이루는 내용물이지만,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느냐에 맛이 좌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버거에 있어 패티고 번이고 소스고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예요. 재료가 어떻게 어우러지느냐가 관건이죠. 노브랜드 버거 첫 오픈을 앞두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식을 하곤 했는데, 버거 한 개를 다 먹고 나서야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했어요. 한 입 먹어보는 것과 한 개를 다 먹는 것은 차이가 크거든요. 한 개를 다 먹었을 때 만족감이나 입에 남는 맛 등도 모두 밸런스에 포함되니까요.”
패티 역시 개발 과정에서 깊은 고민이 들어갔다. 패티가 얇으면 선호도가 떨어지는 한국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해 경쟁사보다 20% 이상 두껍게 개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질감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조합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패티를 직화로 굽기로 결정했는데, 그릴드에 구을 경우 사람마다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더라구요. 아무리 시간을 정해둔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굽고 뒤집는 타이밍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직접 패티 굽는 기계를 개발했어요. 균일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터널식으로 만들었죠.”
또한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메뉴판 이미지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것이라는 점도 반영했다.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로 꼽혔어요. 그래서 토마토와 양파 등을 버거에 넣는 과정에서 직접 손질하도록 했어요. 보통의 경우에는 공장에서 다 절단·손질돼서 오거든요. 앞에서 편리하게 조리해야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건 양보 못하겠더라고요. 그 외에 신세계푸드는 베이커리가 강하니까, 회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로 전용 번을 만들었어요. 패티와 번, 소스 모두 노브랜드 버거 맞춤 제품이예요.”
최 팀장은 노브랜드 버거 제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벨류(Value; 가치)’를 꼽았다. ‘싸고 맛있다’가 아닌 ‘맛있는데 싸다’라는 것, 그리고 외식은 결국 맛이 중점이라는 것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효율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효율성을 위해 지켜야 할 가치까지 깎지는 않을 겁니다. 가치를 흥정하는 순간, 브랜드는 무너지게 됩니다.”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