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19 포화에서 빗겨난 모양새다.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적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그러나 국내 매출 상위권 제약사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1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병·의원과 약국 출입이 제한되면서 영업 활동이 위축된 것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소폭 개선된 경향도 보였다.
제약업계 경영실적 2위로 지난해를 마무리한 GC녹십자는 1분기 매출액 3077억8200만원을 기록했다. 2833억200만원이었던 전년동기 대비 8.6% 상승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61억21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3.9%나 뛰었다. 회사 측은 주력 품목인 수두백신과 독감백신의 수출이 급격히 증가해 영업실적을 대폭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순이익은 39억2200만원 적자가 났다. 회사의 전년동기 순이익은 55억5900만원이었다.
지난해 실적 1위에 올랐던 유한양행은 다소 아쉬운 1분기를 보냈다. 회사는 3033억1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3418억5300만원이었던 전년동기 매출액 대비 11.3%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80억7800만원으로, 전년동기 실적인 128억1700만원에 비해 37% 줄었다. 다만, 순이익은 1252억2100만원으로, 전년동기 순이익 371억5100만원보다 무려 237.1% 성장했다.
지난해 실적 7위에 안착했던 종근당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의 1분기 매출은 2927억5600만원으로, 전년동기 매출인 2338억9400만원보다 25.2% 올랐다. 영업이익은 260억9500만원을 기록해 167억1200만원이었던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56.2% 올랐다. 순이익은 178억8900만원으로, 전년동기 실적인 106억5400만원과 비교해 67.9% 불어났다.
지난해 실적 5위 한미약품도 순항 중이다. 회사는 1분기 2882억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746억4300만원이었던 전년동기 매출 대비 4.9% 소폭 상승한 수치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287억4400만원으로, 259억3600만원이었던 전년동기와 비교해 10.8% 성장했다. 다만, 순이익은 115억2800만원에 그쳐, 173억1500만원이었던 전년동기보다 33.4% 감소했다.
지난해 경영실적 6위를 달렸던 대웅제약은 주춤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283억 8300만원으로, 전년동기 매출 2381억3300만원보다 4.1% 소폭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13억5400만원에 그쳐 101억9700만원을 기록한 전년동기 대비 87.7%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순이익도 11억5400만원 적자가 났다. 전년동기 순이익은 44억4600만원이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은 아닌 것으로 회사는 분석했다. 회사는 1분기 실적 하락 요인으로 ‘나보타’ 소송에 소모된 137억원대 소송비용과 ‘라니티딘’ 판매중단으로 인한 타격을 꼽았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치가 뛴 기업이 돋보였다.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 ‘Allplex 2019-nCoV Assay’를 만든 씨젠이 주인공이다.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17억7162만원으로, 전년동기 매출 274억7986만원보다 197.6% 불어났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무려 7배 뛰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97억5402만원으로, 58억905만원이었던 전년동기보다 584.3% 늘었다. 순이익 역시 336억7671만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실적인 49억5955만원에 비해 579% 성장했다.
한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주목받은 셀트리온은 1분기 매출액 3728억47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217억400만원인 전년동기 대비 68.1% 상승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1202억4100만원으로, 전년동기 실적 773억5600만원보다 55.4% 뛰었다. 순이익은 1052억9200만원을 올려 630억2100만원이었던 전년동기보다 67.% 증가했다. 회사는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1분기 실적 견인 요소로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흑자전환하며 승승장구했다. 회사의 1분기 매출액은 2071억9700만원으로, 전년동기 1253억6500만원보다 65.2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625억7400만원을 기록해 233억9400만원 적자였던 전년동기 실적을 털어냈다. 순이익은 390억7600만원으로, 384억5000만원 적자였던 지난해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참고로 회사는 지난달 10일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와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SARS-CoV-2 mAb’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1분기는 무사히 넘겼지만, 당장 2분기부터는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병원·약국 대상 영업 활동이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들의 1분기 영업비용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었다”며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방문 빈도를 줄이기 위해 오랫동안 복용할 약을 한 번에 처방하는 장기처방이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제약사의 매출이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하반기에는 코로나19의 충격파가 가시화될 수 있다“며 “오는 7월부터 실시되는 제네릭 약품 계단식 약가 인하 제도가 악수로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2분기 실적부터 낙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진단기업 실적의 급격한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진단키트에 대규모 수요가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단키트가 지금처럼 대량 소비되는 상황은 드물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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