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은경 WHO 사무총장?

[기자수첩] 정은경 WHO 사무총장?

기사승인 2020-05-21 00:00:04

[쿠키뉴스] 김양균 기자 =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은 살벌한 기싸움을 벌였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 편향적 태도를 보이는 WHO에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전 보건부 장관 출신인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전임자인 마거릿 챈 전 총장의 전철을 밟고 있다. 마거릿 총장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에볼라 사태를 조기 진화하지 못한 탓에 임기를 마칠 때까지 욕을 먹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경우에는 더욱 상황이 복잡하다.  

지난 2017년 선거 당시 50개의 표를 가진 아프리카 회원국의 지지로 경쟁자들을 여유롭게 따돌린 테드로스 총장은 불과 임기 3년 만에 코로나19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유래를 찾기 힘든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에서 WHO가 제때 조치를 취하지 못해 피해를 더웃 키웠다는 화살이 수장인 그에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이는 비단 중국이 WHO에 5700만 달러의 분담금을 내놓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국인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상당수 국가에 대한 중국의 막대한 원조. 테드로스 총장이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예고된 것이었다. 현재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설상가상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참석 불발도 결과적으로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를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몰아세웠고, 분담금 액수를 대폭 삭감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 극우매체인 산케이는 코로나19 모범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가 차기 총장으로 정은경 본부장을 ‘밀고’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출신의 총장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자국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지만, 지금껏 아베 정부가 보인 무능에 가까운 대응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담한 반응을 고려하면 일본 출신 사무총장이 나올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산케이는 역설적으로 정은경 본부장을 띄운 셈이 됐다. 

비록 테드로스 사무총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가 2년가량 남은 임기 중간에 내려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또 6대 우리나라의 故 이종욱·7대 홍콩의 마거릿 챈 등 테드로스 이전 아시아 대륙에서 연속으로 사무총장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정은경 사무총장설'도 '설'로만 끝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WHO 집행이사로 지명된 것이나 국제사회의 잇단 K-방역 러브콜 등을 종합하면 정은경 사무총장 설을 마냥 허황된 것으로 치부키도 성급하다.

故 이종욱 총장이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못다 이룬 꿈을 누군가는 이어받았으면 한다. 감염병 퇴치를 향한 진정성을 갖고 있는, 로힝야나 팔레스타인처럼 가장 어려운 곳을 위한 보건 서비스를 펼 수 있는, 그러면서도 국제정치의 비열함에서 자유로운 누군가가 어딘가에는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 본부장이 이러한 인사였음 하는 바람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다.

정 본부장은 차기 사무총장이 될 수 있을까?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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