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첫술에 배부르지 못 했다. 웃음도 수사도 미적지근한 온도다. 코미디와 액션 두 장르가 잘 섞이지 않아 애매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통쾌하게 웃기엔 잔인하고, 긴장감을 느끼기엔 허술하다. 첫 방송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진으로 특별출연한 마동석이다. OCN 토일극 ‘번외수사’ 이야기다.
지난 23일 베일을 벗은 ‘번외수사’는 납치사건 현장에서 악연으로 얽힌 형사 진강호(차태현)와 방송사 PD 강무영(이성빈)이 각각 다른 살인 사건을 추적하다가, 동일인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내용으로 출발했다.
‘번외수사’는 OCN에서 오랜만에 내놓은 코믹 수사물이자 오락 액션물이다. 제작진을 살펴보면 ‘번외수사’가 앞세운 코미디·범죄수사·액션 장르를 모두 기대해 볼 만하다. 영화 ‘내 안의 그놈’을 연출한 강효진 감독, 드라마 ‘실종느와르 M’을 집필한 이유진 작가, 영화 ‘범죄도시’ ‘성난황소’를 기획하고 제작한 마동석의 팀 고릴라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제작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까. 제작진이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 했기 때문일까. 만족보다 아쉬움이 큰 첫 회였다. 초반부터 웃음을 노리는 장면과 화려한 액션, 높은 수위의 범죄 묘사 등이 이어졌으나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이 짙었다.
하지만 주요 인물은 흥미롭게 소개됐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캐릭터를 조금씩 비튼 것이 매력적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독종 형사인데 돈이 많고, 시청률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PD는 뜬금없이 말 흉내를 낸다. 현재 장례지도사와 사설탐정인 이들은 과거 부검의와 경찰 프로파일러로 활동했고, 한때 전설의 주먹이었던 칵테일바 사장은 천식으로 호흡기를 손에 달고 산다. 이 같은 아웃사이더 다섯 명이 팀을 이뤄 범죄를 소탕하는 내용인 만큼, 앞으로 이들의 색다른 개성과 호흡이 작품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카드는 배우 차태현이다. 지난해 ‘내기 골프’ 논란 이후 1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차태현은 ‘번외수사’에서 처음으로 형사 역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매사 능청스럽지만, 무엇인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듯한 진강호를 자신만의 색으로 그려냈다.
■ 볼까
차태현의 작품을 재미있게 봤던, 그의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정도를 걷는 영웅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을 응징하는 영웅을 좋아하는 시청자도 채널 고정.
■ 말까
확실한 B급 감성의 웃음을 원하거나, 잔혹한 범죄 묘사를 보지 못하는 사람에겐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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