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첫사랑의 아픔을 가진 남녀가 저녁 식사를 나누며 상처를 치유한다. MBC 새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줄거리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웹툰과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원작과 달리 만화적인 연출로 웃음을 안기려 한다. 그런데 이 변신, 과연 통할까.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우도희(서지혜), 직업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 회사에서 일하는 PD다. 그는 막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친구가 프러포즈를 준비 중이라는 예감이 들어서다. 그의 제주행은축복의 도가니다. 비행기 좌석도 업그레이드, 렌트카도 업그레이드…, 자신이 세상 모든 사랑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난다. 남자친구가, 하필이면, 자신을 서비스했던 승무원과, 무려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도희는 남자친구를 사정없이 밀치고 가게를 떠난다. 자신을 붙잡으려던 남자친구는 이내 승무원에게 돌아선다.
그리고 여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있다. 음식으로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김해강(송승헌)이다. 해강은 도희의 남자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환자를 만나던 참이었다. 그런데 저기서 화를 내는 저 여자(도희), 비행기에서 해강의 옆자리에 앉았던 그 사람이다. 멍한 해강에게 환자는 말한다. 저 여자를 도와달라고, 저 여자가 괜찮아지면 자신도 구원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어쩔 수 없이 도희를 따라나선 해강. 바닷가에 위태로이 서 있는 도희를 구하려다 오히려 자신이 물에 빠지고 머리가 깨지는 참변을 당한다. 도희는 해강에게 신세를 갚겠다며 그를 공항까지 데려다준다. 홀로 차에 돌아와 실의에 젖어 있는 도희. 그에게 해강이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묻는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
■ 볼까
최근 실연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라면 TV 앞으로 모이시길. 연인 없이 홀로 보내야 하는 긴긴 저녁, 무슨 일이라도 해야 외로움이 덜하지 않겠는가.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엔 적합한 작품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야심만만’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건네던 연애 조언을 귀담아들었던 이들이라면, 드라마 속 해강의 대사가 심금을 울릴 수도 있겠다. 참고로 1·2회의 명대사는 이랬다. “행복은 눈이 있지만 불행은 눈이 없어요. 그냥 랜덤으로 상대를 고를 뿐이에요.”
■ 말까
원작 웹툰의 정서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실망스러울 드라마다. 실력은 출중하나 성격은 까칠한 드라마 속 해강을 보며 부드럽고 사근사근하던 웹툰 속 해강을 그리워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적이고 차가운 인물을 주로 연기해온 배우 서지혜가 코믹한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에 도전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매력이 발견되지 않는다. 송승헌이 연기하는 ‘유능하지만 무뚝뚝한’ 남자 주인공도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이 든다. 해강과 도희가 본격적인 ‘식사 메이트’가 된 이후부터는 온갖 음식이 화면에서 춤을 출 테니, 야식의 유혹에 약한 이들이라면 조심하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