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은 초반부터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흥미로운 인물 설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관객은 긴장감을 느끼며, 질문을 곱씹는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 중반까지의 이야기다.
눈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건축가 서진(김무열)은 신경증에 시달린다. 어린 딸 예나(박민하)에게는 엄마가 죽었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캐나다에 갔다고 거짓말을 하고, 최면을 통해 범인을 잡아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런 서진에게 25년 전 잃어버린 동생 유진이 찾아온다. 유진은 첫 만남부터 서진을 ‘오빠’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지만, 서진은 유진이 불길하고 탐탁지 않다. 하지만 서진을 제외한 가족들은 유진에게 빠르게 곁을 내어준다. 자식을 잃어버리고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해온 어머니(예수정)도 강압적인 성격의 아버지(최상훈)도 유진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엄마를 그리워하던 딸도 홀린 듯 유진을 따른다. 유진의 등장으로 조금씩 바뀐 가족들은 유진을 의심하는 서진을 되려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모든 것이 완벽한 유진은 등장부터 수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의 얼굴에 상냥한 웃음과 서늘함이 교차할 때마다 의심은 증폭된다. 다만 작품 내에서 그를 의심하는 서진도 믿기 힘든 화자다. 동생과 아내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최면 치료에 몰두하고 허상을 보기도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혹은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의심은 자연스럽게 몰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가장 인상적이어야 할 순간을 맥없이 풀어버린다. 공들여 쌓은 서스펜스가 갑작스러운 설명의 침입으로 일순간 무너진다.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부터 앞선 부분과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엔 성공했으나 이야기를 매듭짓는 것엔 실패한 듯 보인다.
김무열과 송지효는 각각 제 몫을 해냈다. 김무열의 치열한 연기와 송지효의 낯선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소설 ‘아몬드’ ‘서른의 반격’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손원평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아몬드’를 읽은 관객이라면 주제나 구조 등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
오는 4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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