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코로나19로 위기 사태를 겪고 있는 국내 면세업계가 임대료 감면과 재고 면세품 판매로 다시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지만, 근본적으로 관광 수요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 보니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지난 1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 등 공항 상업시설을 위해 임대료를 최대 75%까지 감면해 주기로 했다. 작년 같은 달보다 여객이 70% 이상 줄어든 공항의 상업시설에 대해 대·중견기업은 50%, 중소·소상공인은 75% 임대료를 감면한다.
이는 지난 4월 1일 발표한 임대료 감면율(대·중견기업 20%, 중소·소상공인 50%)과 비교해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다만 여객 감소율이 40% 이상 70% 미만인 공항의 경우 현행대로 대·중견기업 20%, 중소·소상공인 50%의 임대료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그동안 정부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던 면세업계는 반색하는 모양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매출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점휴업인 상태”라며 “늦게나마 업계의 상황이 반영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추가 지원책도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4월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면세점 월 매출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3년 만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4월 면세점 매출은 98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월 1조873억여원보다 9.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1월 2조247억여원과 비교하면 무려 52% 급감했다. 면세점 방문객 수도 35만4000여명으로 3월 58만7000여명보다 40% 감소했다.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은 33%였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임을 고려해 정부는 장기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도 허용했다. 관세청은 지난달 6개월 이상 된 재고 면세품을 국내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 했다. 면세업계의 재고 누적에 따른 경영난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3일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식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명품 재고 예약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수입 통관 절차 등 세금이 포함된 원가에 물류비, 상품화 작업비, 카드 수수료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은 계열사를 통해 빠르게 가격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은 6월 26일 시작하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에 맞춰 면세점에서 인수한 해외 명품 상품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봄‧여름 시즌 신상품을 중심으로 해외 명품을 판매한다. 해외명품이 입점하지 않은 백화점 점포와 아웃렛 등 3곳에서 선 판매를 시작한다.
일련의 정책으로 당장 보릿고개는 넘었다는 평가지만 앞으로가 더욱 막막하다. 근본적으로 관광과 여행 수요가 꽉 막혀 있는 것이 원인이다. 국가 간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면세점 이용객이 늘어날 리는 만무하다.
이미 사드 사태의 어려움을 뛰어넘었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2017년 사드 사태 당시에는 중국 말고도, 다른 국가와 내국인 수요 등으로 버텼는데 이번에는 이조차도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최대 2년까지 미칠 수 있다는 암울한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들은 출점과 투자를 줄이며 주요 사업계획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한 대형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의 임대료 감면 지원은 9월이면 끝이 난다”라며 “재고 물품 국내 판매 역시 현실적으로 패션 잡화 정도만 가능해 사실상 손해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임대료 감면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의 지원책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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