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정부가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과 기능경기대회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한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24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 ‘기능경기대회 운영 개선 방안’을 제출했다. 해당 방안은 지난 4월 기능경기대회 준비를 위해 합숙훈련을 하던 직업계고 학생 고(故) 이준서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기능경기대회는 직업계고 학생들을 ‘메달 경쟁’으로 내몰아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수의 직업계고에서는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위해 일부 학생들을 기능반으로 선정, 반복적인 훈련을 시킨다. 기능반 학생 대다수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채 학교에서 훈련에만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능경기대회 경쟁구도 완화를 약속했다. 과제 출제를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해 2년 단위로 문제를 사전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대회 참가자격을 지방대회 1~3위 입상자에서 지방대회 우수 입상자(종목당 1~4명)까지 확대한다. 시도별 종합순위 발표도 폐지된다. 이와 함께 공동메달제를 도입한다. 1등의 점수가 90점일 경우 2점차 내 선수에게 모두 금메달을 수여한다는 것이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갈 국가대표 선발 기준도 바뀌었다. 전년도 전국대회 1·2위 입상자를 당해연도 전국대회에 참가시켜 별도의 평가전 없이 전국대회로만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대회 개최 기간도 조정된다. 지방기능경기대회는 2월말, 전국기능경기대회는 8월말에 개최된다. 방학 기간으로 조정해 학습권 보장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추후 지방대회와 전국대회를 단계적으로 통합해 연 1회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부와 일반부로 분리해 운영하겠다는 안도 나왔다. 현재 기능경기대회는 직업계고 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직업계고 학생이 참여하는 학생부 대회와 근로자·전문대생 등 일반인이 참여하는 대회로 이원화겠다는 방침이다. 학생부에서는 학교 수업 중심의 대회로 운영하고 일반부에서는 이론적 지식 및 융합능력, 현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측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산업 변화에 대응해 직종 개편, 온·오프라인 모니터링과 스마트채점관리시스템 도입을 통한 대회의 공정성 확보 등도 대책으로 제시됐다.
직업계고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기존의 기능반을 정규 심화 동아리로 구성·운영하고 학교에서 이에 대한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사의 임장지도 하에 창의적 체험활동과 방과 후 운영, 자율적인 가입과 탈퇴 보장 등도 언급됐다. 학생들이 정규 수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학생에게 적정한 휴식 제공과 오후 10시 이후 야간 및 휴일 교육 원칙적 금지도 명시됐다.
다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두고 무늬만 손볼 셈인가”라며 “기능경기대회 준비과정에 교육이란 없다. 정부의 발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대책은 기능경기대회 출전과 경쟁이라는 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학생부와 일반부 분리 운영은 경쟁완화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실을 도외시한 헛발질이자 ‘분리경쟁’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기능반은 현재도 교육과정 내 동아리로 운영되고 있다면 ‘전공 심화 동아리’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질타도 나왔다.
일부 조항에서 ‘구멍’도 발견됐다.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오후 10시 이후 야간 및 휴일 교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했으나 학생·학부모가 희망하는 경우 등에 한해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었다”며 “동의서만 받으면 사실상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무력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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