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폭염에 대응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염·개문냉방으로 인한 전력난 우려를 표했으나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에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22일 전력예비율은 25%로 집계됐다. 전력예비율이 0%에 도달하게 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7만4046㎿(메가와트)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최대 전력 수요가 6만8945㎿, 전력예비율이 31%였던 것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늘었다.
전력 사용량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여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년 기온이 지난해보다 높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가 상반기 세계 기상 기관 등의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폭염 전망보고서에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확률을 50% 이상이라고 봤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도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20년 폭염 일수는 20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무더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폭염 일수는 최고 기온이 33도가 넘는 날을 뜻한다. 지난 2018년 폭염 일수는 31.5일이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전력량 상승도 변수다. 앞서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에어컨 사용 시 2시간마다 환기를 필수적으로 할 것을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상점의 ‘개문냉방’ 영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법상 다중이용시설에서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 등 냉방기를 가동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적발 시 최대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된다. 문을 열어두고 냉방을 할 시 많은 전력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개문냉방과 관련 과태료를 부과하는 단속 대신 비대면 캠페인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2016년 여름 이후 직접 현장을 찾아 개문냉방을 자제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상점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늦춰진 초·중·고등학교의 여름방학도 전력량 상승의 요인이다. 대다수의 초·중·고등학교는 오는 8월 중순경 여름방학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7~8월 학교 문을 닫았다. 가장 무더운 시기 학생들이 등교하며 전력량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전문가는 지난 2011년과 같은 블랙아웃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전력 측은 “석탄과 원자력 등 복합적으로 발전소가 늘어나 전력 설비량이 상승했다”며 “개문냉방·방학 연기·폭염 등으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블랙아웃 당시 설비 용량은 7만8813㎿였다. 현재 설비 용량은 12만7153㎿다. 2011년보다 61%가량 증가한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신규 발전소가 많이 설립됐다. 개문냉방을 하거나 폭염이 오더라도 현재 전력 설비량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에너지가 낭비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개문냉방을 하고 자주 환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설령 전력예비율이 부족하더라도 ‘전력수요반응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전력량이 급증하면 전력거래소와 사전에 약속한 공장·시설에서 전력량을 감축하고 그만큼 정산을 받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 사진=곽경근 대기자, 박효상 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