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우 맛 좀 봅시다” 동행세일 통했나…마트가 모처럼 ‘북적’

[르포] “한우 맛 좀 봅시다” 동행세일 통했나…마트가 모처럼 ‘북적’

[르포] “한우 맛 좀 봅시다” 동행세일 통했나…마트가 모처럼 ‘북적’

기사승인 2020-06-26 05:17: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25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 정육코너 앞. ‘한우 40% 할인’이라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큼직하게 붙어 있었다. 매대 앞에는 소고기를 사러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돼지고기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는 주부 신혜진(52)씨는 “불고기를 할 목살을 사러 왔다가 한우를 한번 맛보기로 마음을 바꿨다”라고 했다. 바로 옆 수산코너에선 9900원 활전복이 손님들의 발길을 붙들었고, 채소와 과일 매대에서는 할인 상품을 카트에 담는 손길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동행세일’(동행세일)로 대형마트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동행세일은 코로나19 극복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주도의 특별 할인행사다. 26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대형 유통사, 제조사, 전통시장 등이 총출동해 할인 프로모션을 펼친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는 공식 행사 시작 하루 전부터 행사를 개시하며 민심 공략에 나섰다.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한우 전 품목을 자사 포인트 회원 대상 40%까지 할인했다. 호주산 소고기 100g과 캐나다 랍스터도 각각 2380원, 9900원에 팔았다. 방울토마토와 양송이, 감자 등도 시중보다 20%가량 저렴했다. 뜻밖의 대대적 할인에 소비자들은 반색했다. 과일 코너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경선 씨는 “대체적으로 할인율도 높고, 집에서 식사를 하는 일도 늘다 보니 아무래도 좀 더 구매를 한 것 같다”라고 평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 매대에는 ‘추천 상품’, ‘하루 특가’, ‘동행 세일’ 등 할인을 안내하는 문구가 오밀조밀 붙어있었다. 지하 1층의 패션과 생활 매장에서도 “할인 상품 보고 가시라”는 점원들의 권유가 이어졌다. 성인, 유아동, 속옷 등 여러 브랜드들이 50% 할인을 내걸고 있었다. 실제로 이를 구입하는 고객도 적잖게 목격했다. 

홈플러스도 이날부터 신선‧생활‧가전‧패션 등 총 9600여 상품을 할인하고 나섰다. 생필품과 식료품을 최대 반값에 내놓으며 이마트, 롯데마트에 맞불을 놨다. 보통 연말이나 명절 시즌 볼 수 있었던 할인전의 풍경이다. 그만큼 대형마트가 궁지에 몰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기존 손님의 상당수가 온라인몰, 하나로마트, 재래시장으로 빠졌다. 

사실 대형마트의 동행세일에는 “경기 회복”이라는 외침과 함께 현 상황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속내가 크다. 한우 등의 ‘미끼상품’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을 방치했다간 2분기마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우려다. 8월 말까지 사용 가능한 재난지원금 규모만 12조2000억원에 이른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마진을 남긴다기보다 마트에서 멀어진 고객들을 다시 끌기오기 위함”이라며 “매출은 뛰겠지만 영업이익은 장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겉보기엔 할인으로 활기를 되찾은 것 같지만 속 사정은 전혀 다른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는 대형마트를 불확실성에 빠트리고 있고,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점 제한 연장과 대형마트의 출점 조건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이 상정된 상태다. 특히 의무휴업은 8년째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악재가 연달아 이어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지금의 할인은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동행세일 기간에도 의무휴업일이 걸려있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온라인 유통의 발달로 의무휴업 등 기존 규제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음에도 이는 외면받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을 대척점에 두는 기존 기준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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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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