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공익제보자 보호 운동을 해온 시민사회단체에서 내부 비리를 제보한 관계자에게 업무상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안전망’이 여전히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와 호루라기재단, 내부제보실천운동 등은 지난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제보자 A씨의 신분 보장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근무하는 A씨는 공공기관 용역사업 담당자의 사업비 사적 유용과 가족 명의 사업자 등록 후 사업비 부당 수령, 지출 관련 증빙서류 허위 작성, 강사비 부당 수령 등을 확인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투명사회운동본부 임원 등에게 여러 차례 신고했다. 그러나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불이익이었다. 투명사회운동본부는 A씨에게 사건 은폐를 강요하고 임금삭감 및 업무배제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임원은 A씨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등 7건의 형사고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반부패운동과 공익제보자 보호 운동을 함께해온 시민사회단체에서 이 같은 부패행위가 일어났다는 것에 참담함을 금치 못 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서 투명사회운동본부가 협력기관이라는 이유로 조사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법의 허점도 있다. A씨가 권익위에 신고하기 전 받았던 불이익에 대해서는 보호조치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일어나는 부패 행위 신고는 ‘부패방지법’을 따른다. A씨의 제보 사례 또한 공공기관 용역 사업 과정에서 발생했기에 부패방지법에 해당됐다. A씨는 시민사회단체인 투명사회운동본부 측에 먼저 신고했다. 이후 권익위 등에도 추가로 신고했다. 권익위에 신고되기 전, 투명사회운동본부 측에 신고한 행위는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관계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기업 내부에 신고한 것도 보호 조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법 모두 신고자 보호를 위한 취지를 갖고 있다. 권익위에서 법 해석을 확대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인정돼도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주식회사 팜한농은 공익제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한 혐의로 지난해 형사 고발됐다. 팜한농 직원 이종헌씨는 지난 2014년 6월 팜한농이 산업재해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공익 제보했다. 이후 6년 동안 팜한농으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당해왔다. 대기발령과 성과평가 최하등급 부여, 프린터 이용제한, 전보조치, 사내전상망 접근 권한 차단 등이다.
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이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야 한다. 권익위도 팜한농이 이씨에게 불이익 조치를 준 것을 인정, 세 차례나 보호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사건의 기소를 미루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대구지검 김천지청 등으로 사건 이송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체됐다.
내부 제보는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 등을 변화시켜왔다. 지난 1990년 군 정보기관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폭로사건과 군 부재자투표 부정 폭로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정부를 휩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수면 위로 떠 오르지 못 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복지시설 ‘나눔의 집’ 운영진의 후원금 유용 의혹도 직원들의 용기 있는 공익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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