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S공고 고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9일 오후 2시30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고(故) 이준서군의 사망과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진정인은 고 이군이 다녔던 경북 신라공업고등학교와 경북교육청, 교육부다. 신라공고 기능반 소속이었던 고 이군은 지난 4월8일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중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단체는 진정서를 통해 “직업계고는 기능반 운영을 통해 기능경기대회 상위권 입상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늦은 밤까지 반복적인 훈련으로 학생들을 혹사했다”며 “메달 수상자 외 학생을 소외시키는 불평등한 교육환경을 조장해왔다”고 질타했다. 이어 “고 이군이 탈출하고 싶어 했던 신라공고의 기능반 중심 차별적인 교육 실태, 이를 용인해온 경북교육청·교육부의 직업교육 정책, 기능경기대회를 둘러싼 폐해들을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도 진행됐다. 대책위는 “직업계고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몰렸느냐. 교육부의 직업교육에 대한 무능함은 반교육적 학교 환경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작용했다”며 “직업계고 교육정상화의 첫걸음은 신라공고가 기능반 중심의 학교 운영으로 비롯된 내부 문제를 제대로 성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기능경기대회는 전인적 교육을 목표로 하는 고교 교육과 대치되는 성과주의를 낳는다”며 “신라공고뿐 아니라 직업계고 모든 기능반이 앓고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생들이 학습권에서 배제되고 메달 따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며 “신라공고 문제에 국한하지 말고 전반적인 직업교육 정책에 대해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대책위의 중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고 이군은 수업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내내 기능반 훈련에만 매진했다. 기능반에서 폭력과 폭언에도 시달렸다. 피해자였던 고 이군은 상급생이 된 후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위치에 서기도 했다. 기능반을 탈퇴 하고 싶어 했으나 학교 측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기능반을 그만둘 경우, 학교 측에서 그동안 덮어주었던 흡연과 폭행 등의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를 줄 수 있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기능경기대회의 경쟁 구도 완화를 약속했다. 기능반을 정규 심화 동아리로 구성, 운영한다는 안도 내놨다. 다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두고 무늬만 손보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능반은 현재도 교육과정 내 동아리다. 전공 심화 동아리도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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