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강한결 기자 =프로 스포츠에선 감독의 팀 내 비중이 절대적이다. 감독에 따라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기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팀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때문에 선수만큼 유명한 감독도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만 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등 수두룩하다.
최근에야 e스포츠도 감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전까지 게임단의 성적은 온전히 선수들의 기량에 달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팀 간, 리그 간 기량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좋은 감독’을 찾는 것이 과업 달성에 필요한 주요 숙제가 됐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최근 한 감독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푸른 눈을 가진 ‘야마토 캐논’ 야콥 멥디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샌드박스 게이밍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주간의 격리를 거쳤다. 그가 부재한 동안 샌드박스는 개막 후 5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런데 멥디 감독이 합류한 후엔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팀 다이나믹스를 2대 1로 꺾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샌드박스는 한화생명e스포츠와 더불어 ‘전통의 강호’ KT 롤스터마저 제압하며 3연승을 달렸다. 샌드박스의 깜짝 변신에 멥디 감독에겐 ‘야마토 매직’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멥디 감독은 어떻게 샌드박스를 바꿔 놓은 것일까. 여러 증언들에 따르면 그가 선수단에 합류해 집중한 것은 선수들의 떨어진 자신감 회복, 그리고 동기 부여였다.
선수단과 조우한 첫 날 멥디 감독은 “우리는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0승 5패로 시작은 좋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위대한 스토리를 만든다”며 남은 기간 동안 충분히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패를 끊어낸 다이나믹스전을 앞두고는 ‘드래곤볼’을 선수들에게 나눠주며 사기를 북돋았다.
‘루트’ 문검수는 지난 9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부적이라고 하셨다. 연패 때문에 멘탈적으로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께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줘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정명훈 코치 역시 “야마토캐논 감독이 오고 나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게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스포츠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여타 프로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감독과 코치의 역할이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코치가 전략‧밴픽 등에 집중한다면 감독은 선수단을 전반적으로 지휘하면서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스포츠 자신감)’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래곤X(DRX) 사령탑에 앉아있는 ‘씨맥’ 김대호 감독은 '특이케이스'로 분류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SKT(현 T1)가 왕조를 꾸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으로 꼬마 김정균 감독을 뽑는데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더 있다. 바로 최병훈 감독”이라며 “최 감독은 스타시절 SKT T1 마스코트 벙키 역할을 한 사람이다. 팀매니저에서 코치로, 그리고 감독으로 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바지감독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게임단 외부 일을 모두 자신이 완벽히 수행해서 김정균 코치가 게임 내적인 측면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했다. 업계 종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최 감독이 선수 관리를 그렇게 잘했다고 하더라. 선수를 인정해주면서도 멘탈적 케어가 뛰어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 사이에서는 전 젠지 감독인 최우범 감독에 대한 저평가가 제법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건 모두 내부 사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팀의 생리를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감독이다. 진정한 의미의 덕장이었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샌드박스의 변화를 지켜본 다른 선수들도 멥디 감독의 ‘멘탈 관리’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미드라이너 ‘플라이’ 송용준은 “야마토 감독이 온 것이 샌드박스의 반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감독은 선수들의 멘탈을 케어하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다독일 수 있는 것은 결국 감독뿐이다. 이 능력이 좋은 감독과 그렇지 않은 감독을 나누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 명의 감독과 합을 맞춘 경험이 있는 ‘테디’ 박진성(T1) 역시 “진에어 시절 한상용 감독님은 스파르타식이었다면 김정균 감독님은 엄마 같은 스타일이었다. 세심한 성격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시는데 되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 김정수 감독님은 아빠와 같은 스타일이다. 때론 가차 없으신데 잘할 땐 칭찬도 잘해주신다. 감독과 선수의 성향이 잘 맞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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