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LCK] ‘성적도 재미도 예상 밖’ 1R…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방구석 LCK] ‘성적도 재미도 예상 밖’ 1R…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기사승인 2020-07-21 06:00:25

담원 게이밍의 미드라이너 '쇼메이커' 허수. 사진=강한결 기자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종로에 위치한 롤파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전장입니다. 이곳에선 매주 시즌 우승, 더 나아가 롤드컵 진출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LCK 10개 팀들 간의 격전이 벌어집니다. [방구석 LCK]는 쿠키뉴스 e스포츠 담당 기자들이 그간의 LCK 경기를 돌아보고,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를 담은 유쾌한 회의록입니다. 

▲ 1라운드 종료… 성적도, 재미도 예상 밖

김찬홍 :지난 시즌처럼 T1, 젠지e스포츠, 드래곤X(DRX)의 3강 체제가 유지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담원의 예상 외 선전이 놀라웠어요. 다이나믹스의 경기력도 눈에 띄었습니다. 

강한결 : 일각에선 ‘4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1라운드는 사실상 ‘2강’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간 LCK 스타일과 상반되는 스타일의 DRX, 담원이 두각을 드러냈어요. 향후 LCK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 두 팀입니다. 

문대찬 : 성적도, 재미도 예상 밖이었던 1라운드였던 것 같아요. 스프링 시즌처럼 느린 템포의 경기가 계속될 거라고 봤는데 대부분의 경기가 재밌었어요. 체질개선에 대한 LCK 팀들의 고민이 엿보였던 것 같습니다. 국제무대를 향한 기대감이 다시 생겼어요.
19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0 LCK' 서머 스플릿 설해원과의 경기에서 2대 1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을 신고한 한화생명e스포츠. 사진=라이엇 게임즈


▲ 1승 챙긴 한화생명, 2라운드 행보는?

문대찬 : 예상 밖 성적을 거둔 팀은 역시 한화생명e스포츠였죠.

김찬홍 : ‘바이퍼’ 선수가 합류하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화생명을 중위권 전력으로 꼽았었죠. 저 역시 한화생명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한결 : 세트 연패를 탈출할 기회는 몇 번 있었어요. 하지만 '오더의 부재' 등 자잘한 문제들이 겹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게 아쉬웠어요. 

문대찬 : 아마 샌드박스와의 대결이었죠. 다 이긴 경기였는데 운영이 아쉬웠습니다. 무작정 미드로 모이기만 하는데 제 눈을 의심했어요. 다만 저는 이런 모습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탓에 나온 거라고 봤어요. ‘연패하면 이기는 방법을 까먹게 된다’고 한 선수가 귀띔하더군요. 

김찬홍 : 그래도 1라운드 막바지부터는 경기력이 좋아졌어요. 젠지전 경기가 특히 그랬죠. 결국 19일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는데, 선수들이 기뻐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문대찬 : 다행히 한화생명 선수들이 연패 중에도 밝게 잘 지냈다고 해요. 어제 승리 후 인터뷰도 다들 담담하고, 자신감 넘치더라고요. 2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했으니,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하겠죠. 마음의 짐을 던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네요.

강한결 : 소리 없이 1승에만 머문 설해원은 2라운드 정말 긴장해야 될 것 같아요. 교전도 운영도 아쉬워요. 이대로라면 LCK 서머 꼴찌는 설해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담원 게이밍의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 사진=강한결 기자


▲ ‘칼퇴근의 상징’ 담원, 내친 김에 우승까지?

김찬홍 : 담원에게 정말 미안하네요. 시즌 예상에서 담원을 낮은 순위에 뒀거든요. 현재 담원은 약점이 없는 팀이예요.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결승도 노려볼 만 합니다.

문대찬 : 사실 저도 ‘베릴’ 선수의 스프링 폼이 안 좋아서 담원의 올 서머 시즌은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베릴’ 선수 폼이 정말 장난 아니에요. 해외 리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확실히 공격적인 정글, 공격적인 서포터가 팀을 바꾸는 것 같네요.

김찬홍 : ‘베릴’ 선수가 원래 ‘알리스타’나 ‘쓰레쉬’ 등 이니쉬형 챔피언을 많이 했던 선수잖아요. ‘판테온’, ‘오공’ 등을 사용하며 스타일 변화를 시도한 게 주효했어요.

강한결 :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지만 저는 ‘고스트’ 선수의 역할이 굉장하다고 보거든요. 특이한 원딜이라고 봐요. 안티캐리형, 혹은 오더가 되는 원딜? 2대1을 버텨주면서 ‘베릴’ 선수가 돌아다닐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원래 담원의 상체는 무시무시했죠. 바텀이 버텨주면서 ‘베릴’ 선수까지 발이 풀리니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어느 팀보다 다섯 명의 사이가 무척 좋아 보여요. 경기 전 연습 게임하는 것만 잠깐 지켜봐도 웃음이 끊이질 않더군요. 좋은 호흡의 비결 같았습니다. 
체질 개선에 애쓰고 있는 T1. T1은 지난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 젠지에게 무릎 꿇은 T1, ‘어우슼’은 여기서 끝?

문대찬 : T1이 2라운드를 패배로 시작했어요. 젠지전 9연승 행진도 깨졌습니다.

강한결 :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에요. 선수들의 개인 기량도 기량이지만 호흡도 잘 맞지 않아요. ‘서머의 T1’답게 불안한 시즌을 보내고 있네요.

문대찬 : 그나마 T1의 위안이라면 ‘칸나’ 선수겠죠. 솔로킬 1위 등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칸나’ 선수에게 캐리 롤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대 이상으로 보답할 선수예요.

강한결 : ‘칸나’ 선수의 ‘제이스’. 생각만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김찬홍 : T1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같아요. 분명 아쉬운 건 맞는데, 크게 걱정은 안 되네요. ‘3강’ 보다는 약간 뒤떨어지지만 그래도 6승(4패)입니다. 숱하게 실망을 감탄으로 바꿔왔던 팀이잖아요. 이러다가 거짓말처럼 후반 상승세를 탈 수도 있어요. 

문대찬 : 공감합니다. 사실 그날은 젠지가 무척 잘했어요. T1의 부진보다는 젠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겠죠. MSC 전후의 젠지는 다른 팀인 것 같아요. 요즘 젠지가 보여주는 모습은 ‘파괴전차’ 그 자체예요. 특히 ‘비디디’ 선수가 ‘끝판왕’ 포스를 뿜어내고 있어요.

강한결 : 저는 젠지의 각성이 '라스칼' 선수의 각성과 맞닿아 있다고 보거든요. '포니' 임주완 해설이 '라스칼' 선수를 두고 '자아가 생기니 저렇게 무서워지는 선수구나'라고 감탄하더군요. 최근의 라스칼 선수는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모양새예요. 

김찬홍 : ‘룰러’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죠. 특히 ‘룰러’ 선수들가 즐겨쓰는 원거리 딜러들이 ‘강제 전성기’를 맞고 있을 정도로 리그 내 원거리 딜러 중 압도적입니다.

▲ DRX vs 담원, 1라운드 최고 명경기… LCK 신흥 라이벌 되나

문대찬 : 1라운드 최고 명경기를 뽑자면 역시 DRX와 담원의 경기겠죠?

김찬홍 : 의심할 여지없이요. 성장한 DRX와 담원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죠.

문대찬 : 승자와 패자는 나뉘어졌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었어요. 사실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었죠. 2라운드에 다시 붙게 될 텐데, 승자를 예측하기 힘들 것 같네요. 

강한결 : 두 팀은 이제 신흥 라이벌 같아요. 스프링 시즌에도 넥서스 체력 20을 남기고 DRX가 승리한 경기가 있었죠.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도 3대 2 접전을 펼쳤던 걸로 기억하고요. 가드 없이 치고 박는 두 팀의 모습이 너무 좋네요.

젠지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 사진=문대찬 기자

▲ 쿡기자가 뽑은 1라운드 MVP는?

김찬홍 : ‘비디디’ 선수에게 한 표요. 현 LCK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강한결 : 저는 ‘칸나’ 선수요. 최근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장차 한국 탑 라이너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인데, 지금은 은퇴한 ‘샤이’ 선수도 안동 출신이잖아요. 탑 라이너의 근본인 안동 사람이라는 게 더 의미를 부여하게 만드네요. 무엇보다 챔피언 폭을 늘렸다는 게 고무적이죠. ‘칼챔’만 다뤘던 선수가 ‘오른’으로 ‘루시안’을 잡는 모습도 보여줬어요. 솔로킬 압도적인 1위. 팀 성적을 떠나 MVP를 뽑자면 ‘칸나’ 선수가 아닐까요.

문대찬 : 저는 ‘룰러’ 선수에게 한 표 던지겠습니다. 과거도, 지금도 젠지는 바텀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뭇 느낌은 다르죠. 과거는 후반 지향적인 바텀 게임을 했다면 지금은 바텀이 초중반부터 잡은 경기 주도권을 바탕으로 빠르게 격차를 벌린다고 생각합니다. ‘비디디’ 선수의 역할도 분명 크지만, ‘룰러’ 선수가 정말 잘해주는 것 같아요. T1전 징크스도 극복해내면서 이제는 정말 우리가 알던 ‘국대 원딜’로 돌아왔어요. 

▲ 롤드컵 티켓 걸린 2라운드, 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김찬홍 : 저는 다이나믹스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어요. 2라운드 DRX전에서 완패했지만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팀 같거든요. 강팀들을 상대로 패했지만 초반에는 크게 밀리지 않아요. 라인전에 강점이 있고, 팀 자체의 피드백이 빠르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팀 자체적인 구멍도 크게 없다는 생각이에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봐요. 4강외 플레이오프 한 자리를 차지할 팀으로 저는 주저 없이 다이나믹스를 뽑겠습니다. 

강한결 : 1위는 DRX, 2위는 담원이 차지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샌드박스도 기대해 볼 팀입니다. 개인적으로 샌드박스는 ‘육각형’ 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육각형 팀은 잘할 땐 모두가 잘하지만, 경기가 잘 안풀리면 모두가 애매해진다는 단점도 있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페이트’ 선수 덕에 미드 라인이 강해지고, ‘야마토 캐논’ 감독이 오면서 육각형의 장점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이나믹스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샌드박스는 정규시즌 높은 곳에 올라가 본 경험도 있어요. ‘위닝멘털리티’가 있는 팀입니다. 고기도 먹어본 쪽이 먹잖아요. 샌드박스가 4강 외 2라운드 주목할 팀이라고 봅니다.

문대찬 : 저도 다이나믹스는 초반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최근 강팀들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하면서 어느 정도 한계를 노출했다고 봤어요. 저는 샌드박스를 꺾은 KT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1라운드의 KT는 ‘필승 라인업’이 구축돼 있지 않았어요. 2라운드 일정한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하다고 봅니다. 

저도 정규리그 우승은 DRX와 담원의 2파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젠지도 외면할 수 없는 유력한 우승후보지만요. T1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올 시즌은 정말 다른 의미의 ‘주사위 팀’이 된 것 같아요.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번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가 정말 재미있을 거라는 겁니다. 일방적인 플레이오프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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