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판매는 지난 6월 들어 호조세를 보였지만 7월 이후 급감하면서 성수기 특수가 실종된 상태다. 에어컨 최대 판매처로 꼽히는 수도권은 이달 중순까지 역대 최장 장마가 예보됐다. 업계는 에어컨 시장 성장세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전자랜드의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대신 가전업계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던 제습 기기들의 판매량이 뛰었다. 제습기는 23%, 건조기 33%, 의류관리기는 294% 더 팔렸다.
제습기는 공기 중 습기를 제거하는 기기다. 그동안은 수년 간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2013년 130만대에 달하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20만대로 줄었다. 업계는 제습기와 의류관리기 특수가 에어컨의 판매 부진을 상쇄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여름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빙과류도 장마가 길어지면서 울상이다. 당초 예고됐던 폭염 대신 선선한 날씨와 역대급 장마가 이어지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아이스크림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장률은 6.0%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신장률 9.1%에 비해 3% 넘게 떨어진 수치다. 세븐일레븐도 7월 기준 아이스크림은 전년 대비 5.2%, 전월대비 1.5%로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빙과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줄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데다, 길어진 장마로 국내 여행도 어려워지면서 휴가 용품의 판매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대신 장마 용품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마트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관련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제습기 154.6%, 건조기 58.8%, 성인우산 144.3%, 와이퍼 88.3% 등의 판매가 전년 대비 크게 올랐다. 대형마트는 예년처럼 휴가용품 할인전을 열기보다 장마용품 할인 판매를 속속 꺼내들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2일까지 제습기 등을 할인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가 긴 장마와 맞물리며 매출 타격이 더 심해지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기대했던 여름 특수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언택트(비대면)소비 경향이 더 심해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 건수는 전년 동월대비 130.8% 뛰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6.5%나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에 긴 장마까지 이어지면서 7월, 8월 대목은 사실상 무의미해진 상황”이라며 “계절성 상품 뿐 아니라 전반적인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했다. 이어 “장마 이후 짧아진 폭염일수라도 잡기 위한 경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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