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한미약품이 반품 재판매에 성공했다. 권리반환 악몽을 끊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한미약품이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이하 듀얼 아고니스트)를 미국 MSD에 기술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원이다. MSD는 듀얼 아고니스트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계약에 따라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듀얼 아고니스트의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독점 행사한다.듀얼 아고니스트의 기술 수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5년 얀센으로 기술수출 됐다가 4년 만에 반환됐다. 수출 당시 듀얼 아고니스트는 임상 1상 단계였으며 얀센은 비만·당뇨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임상 결과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효과 미미했다. 얀센은 한미약품에 지급한 계약금 1억500만달러(1230억원)의 매몰비용을 감수하고 지난해 7월 권리반환을 결정했다.
MSD와 계약을 통해 한미약품은 실적 약세 분위기를 전환했다. 한미약품은 MSD로부터 계약금 1000만달러(한화 120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계약금은 반환의무가 없다. 앞으로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마일스톤으로 최대 8억6000만달러(1조270억)까지 수령할 수 있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한미약품은 MSD에서 매출액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다.
주가 약세에서도 벗어났다. 5일 현재 한미약품의 주가는 36만500원으로, 전날보다 8만3000원 올랐다. 사노피의 권리반환 사실이 발표된 지난 5월14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일 대비 2만6500원 하락해 25만2500원까지 떨어졌다.
해마다 터졌던 권리반환 이슈를 극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리반환된 물질의 기술수출을 재차 성공한 사례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과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7건 가운데 듀얼 아고니스트를 포함해 5건이 권리반환됐다. 지난 5월 사노피로부터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으며, 앞서 1월에는 릴리가 자가면역질환 신약으로 개발 중이던 BTK억제제를 권리반환했다. 지난 2016년에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항암 신약 ‘올무티닙’이, 사노피로부터 당뇨병 신약 ‘랩스인슐린’이 권리반환 됐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듀얼 아고니스트는 이미 임상 2상까지 완료된 물질이기 때문에 종전보다 개발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반환된 물질이 모두 유효성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약사가 포트폴리오나, 예상 매출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권리를 반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MSD는 비만·당뇨 치료제가 아닌,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얀센과 같은 이유로 권리반환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효능이 발견된다면 목표 적응증이 추가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금이나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명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의 성과가 당장 3~4분기 실적에 반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듀얼 아고니스트는 GLP-1와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GLP-1는 인슐린 분비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글루카곤은 에너지대사량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이다. 듀얼 아고니스트에는 한미약품의 약효지속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으며 국제일반명(INN)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코드명은 HM12525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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