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증원과 근무조건 개선 방안으로 ‘지역간호사제’를 제시하자 현직 간호사가 반박에 나섰다. 인원 증원과 근무환경 개선의 우선순위를 놓고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간호사 증원을 반대하는 현직 간호사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7년차 임상 간호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간호사의 무조건 증원을 반대한다”라며 "그 대신, 간호수가 신설 및 기존 간호수가 인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간협이 제시한 지역간호사제를 ‘아예 틀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매해 2만3000여명의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간호사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처우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한 간호사들이 의료기관을 떠나 ‘장롱면허 간호사’가 되기 때문이다. 즉, 인력 증원보다 근무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청원은 게시 하루만에 1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는 전국에 상존한다. 그러나 대형병원보다 중소 병·의원에서, 수도권보다 지방 소도시 의료기관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07개 의료기관 중 68.6%가 간호사직 인력난을 호소했다. 의료기관 유형별로 간호사직 인력난이 매우 심하다고 답한 상급종합병원은 11.1%였지만, 병원은 47.2%에 달했다. 소재지에 따른 격차도 나타났다. 대도시 의료기관은 22.3%가, 군지역 의료기관은 71.9%가 간호사 인력난을 매우 심각하게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간협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역의사제 도입에 찬성하며 지역간호사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의사제는 의료 서비스의 도·농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양성한 의사들에게 10년 동안 본인이 졸업한 대학 소재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규정한다.
지역의사만으로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간협의 분석이다. 간협은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하면서 국가 책임 하에 지역간호사를 양성, 특정 지방의 공공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간협은 지역간호사제를 비롯한 간호정책들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임시 조직으로 운영 중인 보건복지부 간호정책TF팀을 정규부서로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간호사 부족 문제의 해결책을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과 현장의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간협 관계자는 “대도시와 지방, 대형 병원과 중소 병원 간 간호사 인력 격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간호사 인원만 증가시키자는 말이 아니다”라며 “지방 소재 소규모 의료기관이나 공공의료기관도 필요한 간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이견을 조율할 묘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정부의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복지부 간호정책TF팀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지역간호사제에 대한 간협 측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지역간호사제 관련 구체적 내용은 검토된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현재 지역공공의료 확충 방안에 간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도 “간호대 정원 확대 논의는 물론, 많은 간호사들이 의료기관에 계속 근무하지 않고 떠나는 문제와 간호사가 대도시에 몰리는 현상 등을 해결할 대책을 준비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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