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네이버 클립 영상으로 보고 싶은 부분만 봐요. 아니면 넷플릭스죠.”
드라마 마니아를 자처하는 A(35)씨는 TV를 보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 온라인 플랫폼이나 OTT로 시청한다. 편한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방송을 기다렸다가 TV를 보는 시청 패턴이 점점 줄어드는 대신, OTT를 이용하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기준 약 27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20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훌쩍 증가한 수치다.
시청 환경이 급변하는 OTT 시대, TV 시청률은 위기다. 최근 각 방송사의 수목드라마는 나란히 2~3%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모두 마찬가지다. 월화드라마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JTBC 월화극 ‘모범형사’만 4~6%대 성적을 내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tvN 토일극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본방송 시청률은 5%대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 차트에선 1위를 유지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5월 종영한 MBC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과 지난해 방영한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 하루’도 온라인 화제성과 시청률 격차가 컸다는 평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B씨는 “여전히 방송 시청률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프로그램 화제성을 파악하기 위해 콘텐츠 화제성 지수나 온라인 SNS 언급횟수 데이터 등을 참고한다”고 밝혔다. 모니터링 업체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검색·언급량을 기반으로 시청률 만으론 읽기 힘든 화제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방송 홍보 관계자 C씨는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의 시청 순위나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에서 서비스되는 클립 영상 조회수와 댓글로 화제성을 파악한다”면서 “시청률이 저조하더라도 화제성이 높으면 간접광고(PPL) 제안이 적극적으로 들어오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TV 콘텐츠 제공 플랫폼과 시청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본방송 시청률을 절대적인 성적 지표로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B씨는 “현재 시청률 집계가 오래전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변화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TV 시청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새로운 시청률 산출 방식이나 지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미디어 데이터 기업 TNMS는 동일 프로그램 동일회차 콘텐츠가 실시간 방송과 비실시간 다시보기를 통해 얼마나 소비되는지 알 수 있는 통합시청통계 데이터 TTA를 2017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민경숙 TNMS 대표는 “현재는 수요가 없지만, 미디어 소비 데이터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만큼 내년부터 동일 프로그램 동일회차에 관한 OTT 이용 수치까지 더한 통합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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