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한국영화감독조합과 MBC,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wavve)가 공동 기획·제작한 시네마틱드라마 ‘SF8’이 14일부터 MBC를 통해 TV 공개된다. 민규동 감독의 ‘간호중’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1편씩 총 8편이 전파를 탄다. 8명의 연출자와 여러 연기자는 각각의 작품에서 다양한 SF 소재를 다루며 신선한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 극장과 OTT를 지나 안방까지 도달한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제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와 웨이브를 통해 ‘SF8’을 먼저 본 쿠키뉴스 기자들이 주목할만한 작품과 인물 꼽아봤다.
■ 문명이 인간다움을 물을 때
얼마 전 새로 생긴 대형마트에 갔다가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아마도 계산원이었을 중년 여성들이 손님들에게 무인 계산대 이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최첨단 기술에 자리를 잃은 인간이 어디로 밀려날지 가늠해보니 잠시 아찔해졌다. ‘SF8’은 인공지능, 증강현실, 재난, 게임, 안드로이드 등 미래 사회의 소재들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묻는다. 인간 소외와 계급 갈등이 심화된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의 가치를 역설한다. 8편의 톤이나 완성도가 고르지는 않지만, 기획 총괄을 맡은 민규동 감독의 말처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한국적이며 인간적인 SF 장르적 구조 안에서 고민”해온 국내 SF 작가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OTT 업체에겐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능성을, 방송사에게는 플랫폼 다양화를 실험해볼 기회이며 감독들에게도 시장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가장 좋았던 ‘SF8’
민규동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유영과 예수정이 주연한 ‘간호중’. 간병 로봇 간호중(이유영)과 사비나 수녀(예수정)의 설전을 통해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윤리의 충돌을 그린다. 간호중과 연정인(이유영)의 대비를 통해 ‘인간적’이라는 말의 오만함을 폭로하면서(감정적·윤리적 욕망을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결국에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눈에 띄는 인물
‘우주인 조안’에서 주인공 이오를 연기한 배우 최성은. 원작에선 남성으로 설정된 캐릭터였으나 각색 과정에서 성별이 바뀌었다. 덕분에 이오와 조안(김보라)이 나누는 감정의 결이 훨씬 풍부하게 읽힌다. 여린 듯 강단 있고,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운 최성은의 분위기는 성별 반전의 효과를 더욱 톡톡하게 살려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한국 SF 쇼케이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국에서 SF 장르가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건 언제쯤일까. 적어도 방송에선 그 기원을 14일 첫 방송되는 ‘SF8’ 시리즈로 볼 수 있겠다. 최승호 MBC 전 사장의 제안에서 시작된 ‘SF8’ 프로젝트는 MBC, 한국영화감독조합, 웨이브, 영화사 수필름까지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진행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었다. 시도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결과물의 방점은 ‘SF’에 찍혔다. 국내 SF 문학을 원작으로 한 40~50여분 분량의 작품 여덟 편은 조금씩 다른 근미래 세계관을 제시하며 우리가 만날지 모를 미래를 이야기한다.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부터 전달하는 메시지까지 천차만별인 여덟 작품은 한국 SF 장르의 현재를 흥미롭게 안내한다.
▲ 가장 좋았던 ‘SF8’
오는 28일 방송 예정인 ‘우주인 조안’을 놓친다면, ‘SF8’을 제대로 봤다고 하기 어렵겠다. 이윤정 감독의 ‘우주인 조안’은 여덟 편의 작품 중 가장 안정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제작비와 제작시간, 주제, 러닝 타임 등 유독 넘어야 할 제한 요소가 많았던 ‘SF8’ 시리즈에서 ‘우주인 조안’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품이다. 때론 낯설게, 때론 환상적으로, 그리고 결국 우리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임을 아름답게 설득시킨다.
▲ 눈에 띄는 인물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주로 조연으로 활약 중인 배우 이다윗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주연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보이는 쇼케이스 무대이자 참고자료다. 작품 톤이 엉뚱한 곳으로 튈 때마다 이다윗은 특유의 존재감으로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정돈해낸다. 아무것도 안 하는 듯 조용히 극의 중심을 잡고 앞으로 이끄는 이다윗의 연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안방에서 미래 미리보기
유독 길게 이어진 올해 장마를 보며 아직 겪지 못한 다음 날들을 걱정한다. 미래는 언제나 착실하게 찾아오고 있으나, 변화는 매번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막연했던 우려가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SF 앤솔로지 시리즈인 ‘SF8’은 총 8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근접한 미래를 배경으로 SF 장르물에서 다룰법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 펼쳐지는 작품들을 통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날들을 그려볼 수 있다. 웃음이 나거나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가볍지 않은 질문이 오랫동안 남는 에피소드도 있다. ‘SF8’은 형식적인 면에서도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잇는 경계 위에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혼합, 지상파와 OTT의 만남이란 실험적 시도를 통해 곧 다가올 미래를 미리보기로 엿볼 수 있다. 8편의 작품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보는 것도 ‘SF8’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 가장 좋았던 ‘SF8’
노덕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등이 출연한 ‘만신’. 미래를 예언하는 운세 서비스 ‘만신’의 비밀을 각자 다른 이유로 추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만신’을 불신하거나 맹신하는 두 인물을 쫓다 보면 선택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 완성도는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소재와 주제가 흥미로웠다.
▲ 눈에 띄는 인물
‘간호중’의 배우 이유영. 간병 안드로이드 간호중과 인간 연정인 역, 1인2역 양쪽을 모두 훌륭히 소화했다. 간호중과 연정인이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얼굴들이 전혀 다른 존재로 느껴질 정도다. 오류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안드로이드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이유영의 연기 덕분에 ‘간호중’의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전달됐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 문명이 인간다움을 물을 때
얼마 전 새로 생긴 대형마트에 갔다가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아마도 계산원이었을 중년 여성들이 손님들에게 무인 계산대 이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최첨단 기술에 자리를 잃은 인간이 어디로 밀려날지 가늠해보니 잠시 아찔해졌다. ‘SF8’은 인공지능, 증강현실, 재난, 게임, 안드로이드 등 미래 사회의 소재들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묻는다. 인간 소외와 계급 갈등이 심화된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의 가치를 역설한다. 8편의 톤이나 완성도가 고르지는 않지만, 기획 총괄을 맡은 민규동 감독의 말처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한국적이며 인간적인 SF 장르적 구조 안에서 고민”해온 국내 SF 작가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OTT 업체에겐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능성을, 방송사에게는 플랫폼 다양화를 실험해볼 기회이며 감독들에게도 시장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가장 좋았던 ‘SF8’
민규동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유영과 예수정이 주연한 ‘간호중’. 간병 로봇 간호중(이유영)과 사비나 수녀(예수정)의 설전을 통해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윤리의 충돌을 그린다. 간호중과 연정인(이유영)의 대비를 통해 ‘인간적’이라는 말의 오만함을 폭로하면서(감정적·윤리적 욕망을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결국에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눈에 띄는 인물
‘우주인 조안’에서 주인공 이오를 연기한 배우 최성은. 원작에선 남성으로 설정된 캐릭터였으나 각색 과정에서 성별이 바뀌었다. 덕분에 이오와 조안(김보라)이 나누는 감정의 결이 훨씬 풍부하게 읽힌다. 여린 듯 강단 있고, 친근하면서도 신비로운 최성은의 분위기는 성별 반전의 효과를 더욱 톡톡하게 살려낸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한국 SF 쇼케이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국에서 SF 장르가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건 언제쯤일까. 적어도 방송에선 그 기원을 14일 첫 방송되는 ‘SF8’ 시리즈로 볼 수 있겠다. 최승호 MBC 전 사장의 제안에서 시작된 ‘SF8’ 프로젝트는 MBC, 한국영화감독조합, 웨이브, 영화사 수필름까지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진행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었다. 시도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결과물의 방점은 ‘SF’에 찍혔다. 국내 SF 문학을 원작으로 한 40~50여분 분량의 작품 여덟 편은 조금씩 다른 근미래 세계관을 제시하며 우리가 만날지 모를 미래를 이야기한다.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부터 전달하는 메시지까지 천차만별인 여덟 작품은 한국 SF 장르의 현재를 흥미롭게 안내한다.
▲ 가장 좋았던 ‘SF8’
오는 28일 방송 예정인 ‘우주인 조안’을 놓친다면, ‘SF8’을 제대로 봤다고 하기 어렵겠다. 이윤정 감독의 ‘우주인 조안’은 여덟 편의 작품 중 가장 안정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제작비와 제작시간, 주제, 러닝 타임 등 유독 넘어야 할 제한 요소가 많았던 ‘SF8’ 시리즈에서 ‘우주인 조안’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품이다. 때론 낯설게, 때론 환상적으로, 그리고 결국 우리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임을 아름답게 설득시킨다.
▲ 눈에 띄는 인물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는 주로 조연으로 활약 중인 배우 이다윗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주연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보이는 쇼케이스 무대이자 참고자료다. 작품 톤이 엉뚱한 곳으로 튈 때마다 이다윗은 특유의 존재감으로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정돈해낸다. 아무것도 안 하는 듯 조용히 극의 중심을 잡고 앞으로 이끄는 이다윗의 연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안방에서 미래 미리보기
유독 길게 이어진 올해 장마를 보며 아직 겪지 못한 다음 날들을 걱정한다. 미래는 언제나 착실하게 찾아오고 있으나, 변화는 매번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막연했던 우려가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SF 앤솔로지 시리즈인 ‘SF8’은 총 8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근접한 미래를 배경으로 SF 장르물에서 다룰법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 펼쳐지는 작품들을 통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날들을 그려볼 수 있다. 웃음이 나거나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가볍지 않은 질문이 오랫동안 남는 에피소드도 있다. ‘SF8’은 형식적인 면에서도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잇는 경계 위에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혼합, 지상파와 OTT의 만남이란 실험적 시도를 통해 곧 다가올 미래를 미리보기로 엿볼 수 있다. 8편의 작품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골라보는 것도 ‘SF8’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 가장 좋았던 ‘SF8’
노덕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연희, 이동휘, 남명렬 등이 출연한 ‘만신’. 미래를 예언하는 운세 서비스 ‘만신’의 비밀을 각자 다른 이유로 추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만신’을 불신하거나 맹신하는 두 인물을 쫓다 보면 선택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 완성도는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소재와 주제가 흥미로웠다.
▲ 눈에 띄는 인물
‘간호중’의 배우 이유영. 간병 안드로이드 간호중과 인간 연정인 역, 1인2역 양쪽을 모두 훌륭히 소화했다. 간호중과 연정인이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얼굴들이 전혀 다른 존재로 느껴질 정도다. 오류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안드로이드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이유영의 연기 덕분에 ‘간호중’의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전달됐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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