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2년이 지났지만 여전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을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놓친 것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상황을 섬세하게 관찰한 후 합리적인 추론을 이어간다. 이런 움직임에 다른 이유는 없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tvN 토일극 ‘비밀의 숲’ 시즌2(이하 ‘비밀의 숲2’)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의 이야기다.
드라마 ‘비밀의 숲’이 시즌2로 돌아왔다. 2017년 시즌1이 방송된 지 3년 만이다. tvN이 장르극을 시즌제로 선보인 것은 ‘비밀의 숲’이 처음이다. 시즌제로 기획된 작품은 아니었지만, 시즌1의 대성공 이후 시즌2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다림이 꾸준했다.
방영 전부터 기대가 높았다. 시즌1 팬이라면 반가울 주요 출연진과 제작진이 그대로 합류했다. 첫 작품인 ‘비밀의 숲’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이수연 작가가 시즌2의 대본을 집필했고, 시즌1의 주축이었던 배우 조승우, 배두나, 윤세아, 이준혁 등도 그대로 출연한다. 새로운 얼굴도 있다. 박현석 PD가 새롭게 연출을 맡았고, 배우 전혜진과 최무성이 각각 경찰과 검찰을 대표하는 최빛과 우태하 역으로 등장한다.
지난 15일 전파를 탄 ‘비밀의 숲2’ 첫 회는 짙은 안개가 낀 바닷가에서 출발했다. 황시목은 안개가 자욱한 해안도로를 지나던 중 출입 통제선이 끊인 것을 발견하고 신고하려다가 지나친다. 하지만 송별회 장소에 들어가기 전 해안도로 방향으로 경찰차와 구급차가 출동하는 것을 보고 다시 차를 돌린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쳤던 곳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음을 알고 사건 현장을 살핀다. 한여진은 우연히 본 SNS 게시물이 통영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고 수사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통영지청에서 근무하는 시목에게 자세한 사건 정보를 듣고, 자신이 봤으나 곧 삭제된 SNS 사진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목과 여진은 각자의 방법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다. 두 사람은 공조 아닌 공조로 사건이 일어난 날 한 연인이 사고가 일어난 장소의 통제선을 훼손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시목은 사건을 배당받은 검사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만, 사건은 곧바로 불기소 처분된다.
한 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낀 해안도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나열된 SNS,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침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찰청, 관성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검찰…. 프롤로그 성격이 짙은 1회는 여러 곳으로 시선을 분산시킨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길에 서 있는 것 같이, 보고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사건 현장을 둘러보는 황시목이나, 작은 것을 놓치지 않고 움직이는 한여진처럼 드라마를 살펴보면 단서를 발견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시즌1과 비슷하게 퍼즐을 맞추듯 보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2 첫 회에서 벌어진 사건은 시즌1 첫 사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과오와 그것을 눈감아 주는 행동이 모이면 사회를 지키는 안전선은 무너진다. 황시목과 한여진도 이 일이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움직인 것은 아니다. 사건과 우연히 얽혔지만, 최선을 다해 진실을 찾아갔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비밀의 숲2’가 하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만한 이유다.
■ 볼까
3년을 기다린 시청자라면 채널 고정.
■ 말까
시즌1을 보지 않았다면, 일단 시즌1부터 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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