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새로운 임대차법이 도입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적 사례가 없는 만큼 임대차인은 물론 국토교통부와 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도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임차인이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내에 바뀐 새 집주인이 본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요구권을 거절할 경우 거절 사유가 되는지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도 명확한 답을 못 내놓고 있다.
28일 제보에 따르면 신혼부부 A씨는 지난 7월 계약 만료일(11월)을 앞두고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과 해당 공인중개사는 집을 팔 거라는 연락과 함께,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할 경우 계약 갱신이 어려울 거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들의 주장은 계약갱신요구 기간인 계약종료 6개월에서 1개월 전에 집주인이 바뀔 경우, 새 집주인이 본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당초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A씨는 “갱신요구권 기간 내에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이 있는 새 집주인을 구하게 되고, 새 집주인이 우리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토로했다.
쿠키뉴스의 취재결과 국토부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 집주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이미 권리를 행사해놨으면 계약갱신은 이뤄지는 것”이라며 “‘기존’ 집주인 본인의 실거주가 아닌 이상 새 집주인 의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법적으로 그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정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법 시행 이후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갱신요구권이 부여되며, 임대인이 제3자와의 계약체결을 이유로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없음’이라고만 명시돼 있을 뿐, 갱신기간 내에 (새)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갱신을 거절하게 될 경우에 대한 언급은 없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의 허점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저희 쫓겨난다는 건가요?
이같은 분쟁을 해결해 주기 위해 마련된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명확한 답을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분쟁조정위는 해당 개정법 내용이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임대인 주장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 담당자는 “계약만료 6개월에서 1개월 전에 기존 집주인이 집을 팔고, 새 집주인이 본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갱신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갱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민원담당자와 변호사 등의 전문가들도 아직 법적 사례가 충분치 않은 만큼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거라 설명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대체로 이같이 (집주인 바뀜으로 인한) ‘뒤늦은 계약 갱신 거절’의 경우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측에 민원을 넣은 A씨 부부에게 돌아온 답변은 “임차인이 우선시돼야 하는 건 맞다. 다만 너무나 급하게 진행된 법이라 보완이 필요하다”며 “해당 사례의 경우, 예컨대 집주인이 돈이 정말 없어서 집을 파는 중대한 사유라면, 새 집주인이 들어와서 실거주할 경우 나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집주인이 뒤늦게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댄다면 이게 효력이 있느냐’는 현재 변호사모임에서도 화두다. 변호사들은 대체로 정당한 거절 사유가 아닐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인 입장에서 적은 돈이 아닌 만큼,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 종료 시점이나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 등 해당 주택에 대한 전후 상황을 파악할 것”이라며 “이를 알면서도 계약을 진행한 뒤 본인 실거주를 목적으로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답변의 끝에 A씨는 “당연한 권리가 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려해도 너무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따른다. 권리를 위해 법적 분쟁까지 간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이럴 바에야 새 집을 구하는데 시간을 쓰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와 법무부에서도 28일 새로운 안내를 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와 법무부에도 이같은 내용의 너무나 많은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 오는 28일 ‘임대차법 해설서’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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