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최근 필리핀계 SNS 스타에 대해 한국 네티즌이 ‘악플’을 쏟아낸 것과 관련해 인종차별을 반성하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11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는 #SorryToFilipinos 라는 해시태그가 다수 공유됐다. 이 해시태그는 한국 네티즌이 필리핀에 대한 인종차별과 모욕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발단은 필리핀계 미국인 ‘틱톡 스타’의 욱일기 문양 문신이었다. 틱톡 스타 벨라 포치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욱일기를 연상하게 하는 문신을 팔에 새긴 사진을 올렸다. 이에 한국인들은 해당 문신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라고 지적했다. 포치는 “내 문신 때문에 화가 났다면 미안하다. 한국을 사랑한다. 나를 용서해달라”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문신을 지우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그러나 포치에 대한 비판은 지속됐다. 포치의 SNS에는 “필리핀 사람은 가난하고 작고 무식하다” “냄새난다” 등의 인종차별 ‘악플’이 달렸다.
사과에도 비난이 지속되자 필리핀에서는 #Cancelkorea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지적하고 한국 음악과 드라마 등을 불매하자는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해당 해시태그와 함께 과거 한국의 예능방송을 갈무리해 게재했다. 까만 피부를 가진 한국인 남성이 학교에서 필리핀 사람이라고 놀림을 받아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한글을 배우는 데 시간을 쏟은 것을 후회한다” “나는 한국 음악과 드라마의 팬이지만 한국인들이 우리 필리핀 사람을 무시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등의 글도 남겼다.
이에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SorryToFilipinos 해시태그와 함께 “필리핀을 비난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 한국의 6·25 전쟁 다시 파병 와준 필리핀 군인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글이 게재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Cancelkorea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에 “미안하다. 한국인으로서 사과한다”는 댓글을 영어로 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남아 국가 등을 비하하며 이뤄졌던 인종차별을 인정하고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아이돌의 외국인 팬을 ‘외퀴(외국인 바퀴벌레)’로 비하하거나 동남아를 ‘똥남아’로 부르는 행위 등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다만 전문가는 해시태그 운동에 과열된 양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종차별에 대한 사과는 필요하다”면서 “사과의 주체는 인종차별을 한 개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치의 문신을 보고 필리핀 전체에 대해 모욕을 준 것은 잘못”이라며 “모욕한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욕하는 것도 똑같은 ‘집단주의’”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과거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한인 이민자가 총기난사를 일으켰다. 당시 주미 한국대사가 ‘한국인을 대표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자 미국에서는 다들 어리둥절했다”며 “일부 개인의 잘못을 국가 전체의 잘못으로 치환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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