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사 M&A 성적표는…증권·신탁 ‘맑음’, 보험 ‘글쎄’ 

금융지주 계열사 M&A 성적표는…증권·신탁 ‘맑음’, 보험 ‘글쎄’ 

기사승인 2020-09-12 06:00:03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여력을 확보하는 등 금융 계열사 M&A(인수합병)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동안 시중 금융지주사들은 증권, 보험, 신탁 등 여러 분야의 금융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부풀렸다. 다만 업종별로 인수 합병 성적표는 아직까지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KB·신한·우리, 금융투자·신탁 계열 인수 성적표 ‘맑음’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몇 년 간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한 계열사 가운데 돋보이는 성적을 낸 업종은 금융투자업과 부동산신탁업이다. 대표적으로 KB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말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사업 다각화 및 실적 기여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KB증권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영업수익(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KB증권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7조8839억원을 넘으며 합병된 2017년 말(5조7474억원) 대비 37.17% 늘어났다.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도 증권업 인수를 꾸준히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우리금융이 교보증권 혹은 유안타증권을 인수한다는 설이 나돌았으나 ‘루머’에 그쳤다. 주요 은행과 계열사 부진과 대손충당금 확충으로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7740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39.14% 감소한 상태다. 

자산운용업 인수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동양자산운용(現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계열사에 편입시키면서 실적 기여도를 높였다. 올해 상반기 우리자산운용의 순이익은 약 31억원으로 인수 이전 전년동기 실적(17억원) 대비 82.35% 증가했다. 

부동산신탁사 편입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2018년 인수한 아시아신탁은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신탁의 올해 상반기 192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둬 전년동기(38억원) 대비 405.26% 증가했다. 


 ‘양날의 검’ 보험업 인수…장기적 사업다각화 vs 재무여력 악화
다만 최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보헙업 계열사는 부진한 상태다.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하나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4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KB금융이 인수한 푸르덴셜생명도 지난해 1407억원의 순이익을 내 2년 전(1759억원) 대비 약 3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오렌지라이프는 순이익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2017년 340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나 2018년 3112억원, 지난해에는 2714억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1374억원으로 전년동기(1471억원) 대비 줄어들었다. 

현재 보험업종은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하향세를 타고 있다. 전체 수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계약 해약률도 오르고 있다. 실제 국내 보험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 7조2863억원에 비해 1조9496억원(26.8%) 줄어들었다. 이는 금융위기(리먼브라더스 사태)이 끝난 2009년(3조9963억원) 이후 가장 이익 감소세가 컸다.
올해 상반기에도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은 감소했고, 손해보험사는 코로나19 수혜로 인해 역설적으로 실적이 늘어났다. 하지만 8월 이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금융권 내부에서는 현 시점에 보헙 계열사 인수는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8.56%로 집계됐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지주사가 자회사의 자본을 출자할 수 있는 재무여력을 의미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높기에 그만큼 계열사 인수는 부담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KB금융지주도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급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이중 레버리지비율 부담 때문에 8천억~1조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색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KB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푸르덴셜생명 이후 136%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노조 측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성과 관리용 M&A’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보험사 인수는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은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에 필요한 것이고 미국 유럽선진국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보험사들이 변액보험 등 자산을 운용하고 있기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지주사의 사업확대 및 고객들에 금융 종합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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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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