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단 받은 의·약사 현역 근무 못 막아

치매 진단 받은 의·약사 현역 근무 못 막아

요양등급, 자격 정지 사유 아냐… 미국은 1~3년마다 자격 검증

기사승인 2020-10-06 03:00:04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지난해 3월 노인 장기요양 5등급을 받은 경기 고양 일산서구 약사는 4억3500여만원을 청구해 지급받았다. 지난해 7월 울산 울주군의 한의사는 노인 장기요양 5등급을 받고도 2500만원을 청구해 지급받았다.

치매 판정을 받은 의료인의 의료 행위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노인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은 활동의료인력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고도 의료기관 및 약국 등에서 활동한다고 신고를 한 의료인력은 83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의사 4명, 약사 3명, 치과의사 1명, 한의사 1명 등은 치매 환자에게만 부여되는 5등급·6등급을 받았다. 특히 약사 1명과 한의사 1명은 치매 판정을 받고도 계속해서 근무하며 건강보험급여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치매 판정을 받은 의약사의 진료·조제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특정 질환이나 장기요양등급 판정은 의료인의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료인의 자격정지를 규정한 의료법 66조는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경우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의 피고용자로서 의료행위를 한 경우 ▲서류를 위조·변조한 경우 등을 자격정지 사유만 명시돼 있다. 

해외의 상황은 다르다. 주요 선진국들은 의료인의 역량과 연령 변화를 고려해 면허 유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의료정책연구소의 해외 주요국 의사 면허 취득 및 유지 조건에 대한 동향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각 주의 의료인 면허관리기구가 1년~3년마다 의료인의 신체·정신건강을 평가해 면허를 갱신한다. 영국은 5년마다 의사의 직무수행 적합성을 평가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70세 이상 의사들이 1년마다 진료 수행평가를 응시한다.

이에 최 의원은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의료인들과 약사의 업무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며 “(본인의) 일상생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의료인에게 업무를 맡기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스템을 개선해 일정 기준 이상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의료인의 자격을 정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능단체들은 의료인의 실제 직무 수행 능력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인의 건강 상태는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지만,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의료인을 모두 현장에서 활동할 수 없는 상태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치매 판정을 받은 약사의 업무 수행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한다”며 “약사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전문직이므로, 정밀한 업무 역량을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치매의 중증도를 파악해야 한다”며 “특정 질환이나 장애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의료인의 업무를 막아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의료 행위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의료인의 역량 관리·강화와 집단 내 자정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능단체가 면허 관리와 관련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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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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