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사건 보다 사기꾼의 ‘사생활’ [볼까말까]

아직은 사건 보다 사기꾼의 ‘사생활’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0-10-08 12:19:01
▲ ‘사생활’ 포스터 / 사진=JTBC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화려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가 얽히고설키며 연극 같은 사건을 만들어 가는 재미. 사기를 다루는 케이퍼무비(강탈 혹은 절도 행위를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 관객이 기대할만한 것이다. 지난 7일 처음 방송한 JTBC 새 수목극 ‘사생활’이 추구하는 바도 이와 비슷한 듯 보인다. 다만 첫 회에서는 재미의 가능성만 내비치는 것에 그쳤다.

방영 전 악재와 호재가 하나씩 있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편성 시기가 늦춰진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연인 서현과 고경표의 케미스트리가 주목받는 일도 생겼다. ‘판교 신혼부부’라는 애칭이 생긴 두 사람의 기막힌 조화 덕분에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배우 김효진이 10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하는 작품으로 선택한 점이나, 전작에서 좋은 성과를 낸 배우 김영민의 차기작이라는 것도 기대감을 더했다.

첫 회에서는 주인공 차주은(서현)이 왜 사기의 세계에 뛰어 들어 ‘꾼’이 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사기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주은은 부모의 사기 행각을 돕기는 했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등 평범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아버지 차현태(박성근)가 더 큰 사기꾼인 정복기(김효진)가 세운 판에 휘말려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보고 복수를 결심한다. 주은은 어머니 김미숙(송선미)의 사기 동료인 한손(태원석)에게 사기의 기술을 배우며 정복기를 기다린 끝에, 그에게 접근하지만 정복기는 이미 주은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다.

전개는 빨랐다. 차주은이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약 9년을 오가며 그의 사연을 보여줬다. 주인공이 왜 사기꾼이 되었는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려 노력했다. 1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끈 서현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서현은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차주은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김효진 또한 오랜 공백이 무색한 연기를 선보인다. 인사 수준으로 잠시 등장한 김영민도 오랜만에 새로운 얼굴과 목소리다.

사기의 세계에 급이 존재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정복기와 차현태의 사건은 사기꾼 위에 더 큰 사기꾼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드라마 홍보 문구 중 하나인 ‘국가의 사생활’은 무엇이고, 어느 정도 수준까지 사기의 판이 커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전개 속에서도 늘어지는 연출은 흥미를 반감했다. 사기를 다루는 드라마의 묘미는 잘 짜여진 ‘판’ 그 자체와 과정을 조명하는 방법인데, 첫 회에서는 주은의 사연과 변신으로 과정의 대부분을 대신했다. 2회에서 남은 퍼즐 조각인 이정환(고경표)이 등장해야,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 볼까

‘범죄의 재구성’ ‘오션스 일레븐’ 등 범죄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채널 고정. ‘판교 신혼부부’의 드라마 속 호흡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권한다. 다만 고경표는 2회부터 등장한다.
 
■ 말까

범죄 과정 자체가 아닌 캐릭터의 사연에 더 집중한 케이퍼무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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