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굵직한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연내 조합설립을 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는 재건축 단지 내에서 2년 간 실거주를 해야만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일각에선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재건축 사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13일 조합창립 총회를 열고 조합설립 안건을 가결했다. 현장에선 토지 등 소유자 1674명 중 1419명(85%)이 찬성했다. 이날 조합장도 선출됐다. 조합은 늦어도 다음주중 서초구청에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김영일 조합장은 “여기 오기까지 17년이나 긴 시간이 흘렀다. 2024년 이주 완료, 2028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이끌어나가겠다”며 “다음주중 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반포2차는 서초구 잠원동 73에 위치한 강남권 알짜 재건축으로 꼽힌다.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데다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단지 규모도 재건축 사업을 통해 2000여가구 대규모로 탈바꿈해 사업성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반포2차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바로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 때문이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일몰제 대상이 되면서 조합 설립 움직임이 빨라졌고,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 대책에는 2021년 이후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단지에 한해서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쉽게 말해 조합원이라 할지라도 실거주 기간을 2년 채워야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것. 해당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선 연내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신반포2차 재건축을 시작으로 서울 강남권 내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역시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개포5단지 추진위는 오는 24일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해당 단지 역시 이달 말까지 강남구청에 조합설립을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밖에 개포주공6·7단지 조합도 11월 중으로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강남구 압구정동도 조합설립에 골몰하고 있다. 압구정1·2구역은 현재 추진위 설립에 필요한 동의서를 모으는 중으로 알려졌다. 추진위 설립 후에는 바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방침이다. 또한 압구정3·4·5구역은 현재 추정분담금 심의 절차를 밟는 등 조합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은 24개 단지 1만355가구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추진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현재 통합 재건축을 위한 밑그림인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기 차단을 위한 정부의 재건축 시장 규제가 오히려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평가다.
신반포2차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이번 조합설립에 박차를 가하게 만든 건 맞다”면서 “물론 시기적으로도 추진위 내부에서 조합설립을 위한 노력이 있었겠지만 정부의 재건축 시장 규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 내 몇몇 재건축 단지들이 있다. 해당 단지들도 해를 넘기기 전에 되도록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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